[보안법 공방] '북한 보는 눈'부터 크게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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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용갑 의원(左)이 가져 온 ‘국가보안법 폐지 결사반대’ 글씨를 보며 웃고 있다. 조용철 기자

한나라당이 10일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확정함에 따라 보안법을 둘러싼 여야의 논리 대결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안은 보안법을 없애겠다는 열린우리당의 입장과는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 북한을 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난다.

한나라당 안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했다. 현행 보안법의 '정부 참칭' 조항(제2조)을 그대로 살리겠다는 것이다. 이걸 없애면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친북활동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조항이 없어진다면 보안법의 존재가치는 없어진다는 게 한나라당의 생각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이 보안법을 대체하는 것으로 검토 중인 '파괴활동금지법안'은 북한을 '국가에 준하는 단체'로 보고 있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는 없으나 사실상 국가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현실은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고, 남북 간에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보는 시각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이 경우 친북활동이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침해할 경우 북한을 '적대적 국가.단체'의 범주에 넣어 처벌하면 된다고 여당은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북한이 적화통일의 야욕과 통일전선전술을 버리지 않는 상황에서 그 같은 법안으론 북한의 공세나 친북활동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은 현행 보안법 6조 잠입.탈출과 7조 찬양.고무, 8조 회합.통신조항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情)을 알면서도'라는 대목을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로 수정했다. 처벌의 준거를 보다 명확히 한 것이다.

또 10조 불고지 조항 중 '본범과 친족 관계가 있는 때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는 부분을 '본범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관계에 있는 사람은 그 형을 면제하고 그 외 친인척의 경우는 형을 면제 또는 감경한다'로 했다. 불고지죄 적용 대상을 대폭 좁히겠다는 것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불고지죄는 아예 없애기로 했다. 보안법 8조의 '회합.통신'조항도 살리지 않기로 했다. '찬양.고무'조항의 경우 선동.선전죄는 살리되, 처벌은 현행 7년 이하에서 '3년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한나라당 개정안에 대해 김재경 의원은 "북한과의 동반자 관계를 위해선 남북관계협력법 등을 적용하면 되지만 보안법을 없애면 체제를 지키기 어렵게 된다"면서 "그동안 문제가 된 부분들을 개정하면 안보를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안법 남용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김형오 사무총장은 열린우리당에 대해 "보안법 문제를 놓고 양당이 공개 TV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박소영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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