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의원·검찰 신경전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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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형근 의원이 현역의원 불체포 특권이 있는 임시국회 회기를 이용, 17일 전격 출두하자 검찰 관계자들은 "지난 11일 밤 긴급체포 시도를 물리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출두도 상황을 잘 이용하는 그의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행동" 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날 밤 서울지검 조사실에서는 검사와 피의자 사이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鄭의원은 검찰에 밤샘조사를 받겠다고 요구한 반면 검찰은 웬만하면 철야 조사를 벌이지 않으려 애쓰는 인상이 역력했다.

鄭의원은 '검찰에 '출두하면서 "밤을 새워서라도 검찰이 충분히 수사할 시간을 주겠다" 고 강조했다.

반면 정작 수사를 맡은 검찰은 "피의자 신분이 아니니까 본인이 원한다면 조사 도중이라도 집에 돌아갈 수 있다" 고 취재진에 설명했다.

검찰은 괜히 철야 조사를 벌이다 인권을 침해했다는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생각이고, 鄭의원은 이날 귀가하면 수사 미진을 이유로 검찰이 또 '출퇴근 조사' 를 요구할 여지가 있어 이를 막겠다는 속셈이었다.

○…서울지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저녁 "鄭의원이 인적사항 외에 일체의 신문 사항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고 조사상황을 소개하면서 "조사받으러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 며 鄭의원의 조사 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1일 밤 긴급체포 실패로 문책인사까지 당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서울지검은 이날 오전 10시쯤 鄭의원의 자진출두 소식이 알려진 뒤 임휘윤(任彙潤)검사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鄭의원 사건이 계류 중인 공안1부와 형사3부 검사들로 '특별조사팀을 구성하는 등 부산했다.

○…오후 2시 동료의원.변호사 등 40여명과 함께 버스편으로 서울지검에 도착한 鄭의원이 "피의자가 아닌 만큼 현역 국회의원이 포토라인에 설 수 없다" 며 기자실로 직행하려던 바람에 사진기자들과 한나라당 당직자들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鄭의원은 서울지검 기자실에서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한 점을 존중해 검찰에 출두하긴 했지만 검찰의 조사에는 선별적으로만 응하겠다" 는 입장을 밝힌 뒤 11층 특별조사실로 향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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