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정호승 '첨성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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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할머님 눈물로 첨성대가 되었다

일평생 꺼내보던 손거울 깨뜨리고

소나기 오듯 흘리신 할머니 눈물로

밤이면 나는 홀로 첨성대가 되었다

한단 한단 눈물의 화강암이 되었다

할아버지 대피리 밤새 불던 그믐밤

첨성대 꼭 껴안고 눈을 감은 할머니

수놓던 첨성대의 등잔불이 되었다

-정호승(50) '첨성대' 중

섣달 그믐이다. 어린 날로 돌아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별처럼 쏟아놓은 사랑을 가슴에 새기는 날이다. 이런 날은 '첨성대' 를 다시 읽고 싶어진다. 정호승은 어떻게 별이란 별을 모두 쓸어 담고 있는 첨성대가 되는 생각을 해냈을까. 거기다 줄레줄레 천년도 넘게 쌓아온 할아버니 할머니들의 슬픔을 화강암으로 굳혀 놓았을까. 정호승이 신춘문예로 들고나온 이 '첨성대' 의 돌 하나 하나가 별이 되어 그의 머리 위에서 빛을 내고 있다.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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