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님 눈물로 첨성대가 되었다
일평생 꺼내보던 손거울 깨뜨리고
소나기 오듯 흘리신 할머니 눈물로
밤이면 나는 홀로 첨성대가 되었다
한단 한단 눈물의 화강암이 되었다
할아버지 대피리 밤새 불던 그믐밤
첨성대 꼭 껴안고 눈을 감은 할머니
수놓던 첨성대의 등잔불이 되었다
-정호승(50) '첨성대' 중
섣달 그믐이다. 어린 날로 돌아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별처럼 쏟아놓은 사랑을 가슴에 새기는 날이다. 이런 날은 '첨성대' 를 다시 읽고 싶어진다. 정호승은 어떻게 별이란 별을 모두 쓸어 담고 있는 첨성대가 되는 생각을 해냈을까. 거기다 줄레줄레 천년도 넘게 쌓아온 할아버니 할머니들의 슬픔을 화강암으로 굳혀 놓았을까. 정호승이 신춘문예로 들고나온 이 '첨성대' 의 돌 하나 하나가 별이 되어 그의 머리 위에서 빛을 내고 있다.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