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0년대 민주화운동 자료관 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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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 현대사가 질곡의 역사였다면 그 여정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은 황량한 대지위의 들꽃이었다.

그 '꽃들의 향기' 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자료관의 설립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민주화 운동 자료관 추진위원회' 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참여연대 빌딩에서 결성식을 갖고 출범했다.

자료관 설립은 지난해 1월부터 성공회대 조희연(사회과학부)교수.정해구 한국정치연구회 부회장.성공회대 김동춘(사회과학부)교수 등 일부 소장학자들에 의해 추진돼오다가 이번에 학계 원로와 중진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실천적 지식인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김진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안병욱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가 상임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또 강정구(동국대 사회학).박호성(서강대 정치학).손호철(서강대 정치학).유초하(충북대 철학).최갑수(서울대 서양사).김정기(서원대 역사학)교수와 이부영 전교조 위원장이 공동 운영위원장을 맡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서울대 김세균(정치학)교수는 "박정희 기념관이 세워지려는 마당에 함께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민주화 운동 자료관은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기초가 될 것" 이라'며 "특히 진보적 지식인들이 대거 참여해 힘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 중요성과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추진위는 오는 3월2일 준공되는 성공회대 신축도서관에 임시자료관 및 상설전시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으로 모금운동과 각종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면서 정부의 협력을 얻어내 민주화 운동의 메카가 될 수 있는 '민주화운동 국가자료관' 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임시자료관에는 6.10항쟁 당시 정의구현사제단의 선언문을 비롯, 1970~80년대에 압수.판금된 서적과 비합법적 유인물 그리고 70년대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각종 포스터 등이 전시된다.

이밖에 1960년대와 1990년대 자료도 포함할 예정. 현재 입수한 자료는 모두 5만여건. 이중 1만5천여건은 전산입력 작업이 끝나 함께 개설되는 홈페이지에서 데이터베이스 검색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추진위원회는 '새 천년 12대 사업과제' 를 발표, 그 목표를 구체화시켰다.

과제는 자료수집을 계속하면서 민주화 운동 역사현장 답사코스를 개발하고 시기별.지역별.인물별 민주화 운동단체 변천도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민주화운동 관련인사의 증언을 녹취하고 역사현장에 표지판을 붙이는 일은 이미 시작됐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민주인사 및 독재인사 인명사전' 제작사업. 현재 기초 자료 조사단계인 이 사전은 생존 인사들을 대거 포함할 수 밖에 없어 앞으로 커다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안병욱 상임 운영위원장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은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기 힘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사적 자료들이 유실되고 있다" 며 "관련자료의 체계적 정리.보존은 민주화 운동의 지속적 발전에도 기여할 것" 이라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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