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천시간 봉사기록 청주 이인수씨의 새천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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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희망의 새 천년' 이라고 하지만 우리 이웃엔 아직도 절망 속에서 봉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나 많습니다. 새해와 새 천년에는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자원봉사자들이 더욱 많아져 따뜻한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

충북도내 봉사활동 최장시간 기록 보유자(적십자사 기록)인 이인수(李仁洙.55.여.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씨가 새해를 맞으며 밝힌 소원이다.

李씨가 81년 7월 충북적십자사를 통해 처음 봉사 활동에 나선 이후 지난해 말까지 기록한 자원봉사 누적 시간은 1만2천8백12시간. 날짜로 따지면 5백33일로 18년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2.4시간씩 봉사 활동을 한 셈이다.

그동안 李씨의 자원봉사 활동은 대상과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불우 이웃들을 위한 급식부터 교도소 장기복역수를 위한 생일상 차려 주기,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청소와 빨래 등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어디든지 달려갔다.

93년 1월7일 청주 우암상가 화재사고 때는 일주일간 새벽5시부터 밤9시까지 꼬박 구호 현장을 지켰다.

그런가 하면 98년 8월 보은 수해 때는 가옥이나 농작물 유실 현장도 누볐다.

청주시 율량동에서 혼자 사는 노인(72)을 돌본지도 올해로 9년째다.

이 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96년엔 국민포장을 받았다.

李씨가 자원 봉사에 처음 나선 것은 이웃집 선배 언니의 '비밀' 을 알고부터다.

틈틈이 불우시설에서 봉사한다는 사실을 어렵사리 털어놓는 선배가 왠지 멋있어 보였다.

다음날로 李씨는 충북적십자사 청주부녀봉사회에 가입했다.

84년부터는 부녀봉사회 총무를 맡으면서 더욱 바빠졌다.

그후 청주시자원봉사협의회 회장, 청주여자교도소 교화위원 등으로 봉사 보폭을 넓혀가며 이제는 지역내 자원봉사대의 선봉역을 해내고 있다.

"봉사를 하다보면 스스로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죠. 자신의 삶에 대해 감사할 줄도 알게 되고요. "

자원봉사 새내기들에게 그녀가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李씨는 "미국 등 선진국은 시민들의 자원봉사가 일상화돼있어 사회적인 정화효과가 크다고 들었다" 며 "21세기엔 특히 주부들이 짬을 억지로라도 내 봉사의 물결이 우리 사회에 넘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자원봉사는 사회발전에 놀랄만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21세기 한국사회가 중점을 두어야할 사회운동이 되어야한다는게 그녀의 믿음이다.

지난해 친손녀를 얻어 할머니가 된 李씨는 "군말 없이 나의 바깥일 을 격려해준 남편(회사원)과 아들이 고맙기만 하다" 며 "내 몸이 남에게 짐이 되지 않을 때까지 이웃을 위해 봉사하겠다" 고 다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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