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장훈 - 현주엽 '환상 콤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지난 시즌 프로농구가 막을 내린 후 SK의 부진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서장훈 - 현주엽 탓이라고 지적했었다.

서장훈은 리바운드 1위, 현주엽은 신인 첫 트리플 더블을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 이름값을 했는데도 그랬다.

시즌이 끝나자 "둘중 하나를 트레이드해야 하는 것 아니냐" 는 의견까지 나왔다. 두 스타의 라이벌 의식이 팀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SK 이원재 단장은 "팀을 해체하기 전에는 둘을 갈라놓지 않겠다" 고 공언, 이런저런 소문을 잠재웠다.

새 시즌이 시작된 지금 서장훈 - 현주엽 콤비의 결별을 주장하는 전문가는 전혀 없다.

최근 서 - 현의 콤비네이션은 아마추어 기아 전성기의 한기범 - 김유택이 무색할 정도로 현란하다.서장훈은 묵묵히 기둥 역할을 하고 현주엽은 극적인 순간에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6경기를 치른 24일 현재 서장훈은 경기당 25.2득점.10리바운드, 현주엽은 19.7득점.3.7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팀 득점의 48.7%, 팀 리바운드의 42.2%를 둘이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서장훈과 현주엽은 코트를 넓게 활용하는 스타일이다. 서는 골밑.중간지역, 현은 중간지역.외곽 플레이에 특히 강하다. 서 - 현이 폭넓은 플레이로 팀을 이끌고 외국인 선수들이 빈곳을 메우는 것이 SK의 전략이다.

외국인 선수의 골밑 장악 - 국내 선수의 외곽포로 승부하는 현대.기아와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이 전략은 체력과 플레이의 다양성이 필요한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위력을 더할 것이다.

물론 서장훈과 현주엽의 라이벌 의식은 지난해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서로 견제가 지나쳐 경기 자체를 망치던 지난해와는 달리 승리를 위해 협력함으로써 함께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가는 듯하다.

SK는 달라졌고 그 배경에는 '서장훈 - 현주엽 동맹' 이라는 비밀이 숨어 있다.

동맹이 유지되는 한 SK는 여전히 우승후보고 둘은 엄연한 시즌 최우수선수 후보들이다.

허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