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도덕성 추락" 국회로 번진 '옷문건'…국회 예결위 정회 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옷 로비 의혹이 정치권에서 재발되고 있다. 옷 로비 사건 '내사 보고서' 로 추정되는 문건이 공개되면서 여야의 공방이 더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이 문제를 핵심의제로 올려 성토했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정권과 검찰의 도덕성이 바닥에 떨어졌다" 며 "국가기관이 특정개인을 위한 기관으로 전락한 것" 이라고 비난했다.

국민회의는 "문제의 문건은 사직동팀이 작성한 것이 아니다. 유사한 정보보고를 묶어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朴相千총무)고 정리하며, 야당의 공세를 차단했다.

논란은 국회로 이어졌다. 예결위는 예산안 심의를 시작도 하기 전에 표류했다. 여야 의원들은 무더기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옷 로비 관련 발언을 쏟아놓았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의원은 "문건에 따르면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초기부터 이 사건을 알고 있었고, 정일순 사장이 대통령 영부인을 만났던 것으로 돼있다" 며 "이 사건에 대한 청와대와 검찰의 은폐.조작혐의를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고 주장했다.

李의원은 규명을 위해 김종필(金鍾泌)총리와 박주선(朴柱宣)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출석을 요구했다.

권오을(權五乙)의원은 "청와대와 전 검찰총장이 여인들의 청문회 위증을 유도했다" 며 "이같은 정권과 청와대를 어떻게 믿고 예산심의를 할 수 있느냐" 고 가세했다.

여당 의원들이 "몇몇 철없는 고관부인네들이 몰려다닌 사건으로, 총리가 나온다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국민회의 鄭喜卿의원), "사실확인이 안된 사안" (자민련 吳長燮의원)이라며 막아섰지만 야당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이강두(李康斗)의원 등은 "특검 수사를 통해 검찰의 축소수사 의혹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정부측의 성의있는 답변이 있어야 한다" 고 촉구했다. 의원들의 고성이 멈추지 않자 장영철(張永喆)예결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하고 말았다.

張위원장과 한나라당 박종근(朴鍾根).국민회의 조홍규(趙洪奎).자민련 오장섭 의원 등 3당 간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예결위 정상화를 논의, 일단 예결위를 재가동하는 데 합의했다. 金총리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회의에서도 한나라당은 옷 로비 사건을 집요하게 제기했다. 안택수(安澤秀)의원은 "애당초 대통령 영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로비의 대상이었음이 문건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며 "이 사건은 현 정부의 정직성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거짓말을 일삼은 박주선 비서관을 즉각 해임하라" 고 소리쳤다. 여당 의원들은 정책 질의로 회의장 분위기를 바꿔보려 안간힘을 썼다.

이상렬.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