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29일 조기총선…마하티르 집권연장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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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콸라룸푸르 AP.AFP〓연합, 김정수 기자]모하마드 마하티르(73) 말레이시아 총리는 12일 조기 총선 일자를 오는 29일로 확정, 발표했다. 이에 앞서 11일 의회가 전격 해산됐다. 경제위기 극복으로 자신감에 차 있는 마하티르가 집권 연장을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마하티르가 내년 6월로 예정돼 있던 총선을 앞당긴 것은 무엇보다 현재의 경제성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지리라고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전반을 덮친 경제위기 속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처방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방식으로 경제회복에 성공, '민족적 자존심을 살린 인물' 로까지 평가되고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안와르 이브라힘 부총리를 부패 및 동성애 혐의로 해임한 뒤 결집하기 시작한 군소야당들이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생각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내년 1월 새롭게 유권자로 등록될 65만명(현재 총유권자 9백70만명)의 젊은이들 대부분이 야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계산도 조기 총선을 결심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하티르는 11월 총선 실시 이유로 12월 회교 금식기간 동안 후보들이 상대방을 비방하는 현상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밖의 조기 총선으로 20일까지 후보지명서류를 제출하고 나면 유세기간은 열흘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범말레이시아 회교당과 안와르의 부인인 완 아지자 이스마일 여사가 결성한 민족정의당 등 야당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언론이 정부의 철저한 통제 아래 놓여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야당이 '바람몰이' 를 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총선 결과는 14개 정당으로 이뤄진 연립여당 '민족전선' 의 승리가 이미 확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관건은 지난 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30여년간 집권해 온 민족전선이 이번에도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무난히 확보할 것이냐에 쏠려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은 안와르 구속 이후 처음 실시되는 마하티르와 안와르의 인기투표라는 성격을 띄고 있다. 따라서 집권세력이 3분의 2 이상 당선되지 않을 경우 말레이시아의 정치적 균형은 급격히 야당쪽에 기울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있다.

이번 총선이 마하티르 집권 18년만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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