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치지구 내에 관광호텔 신축 허용'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울 풍치지구 내에 관광호텔 신축을 허용한다' 는 정부 계획이 정치권의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했다.

이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주재한 지난 8일의 청와대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이 관광산업 육성대책의 하나로 보고한 내용이다.

특히 서울시가 '朴장관의 일방적 보고' 라고 반발하고 있는 대목을 놓고 정치권에선 정책혼선의 사례로 문제삼고 있다.

10일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회의에서 이건춘(李建春)건설교통부장관은 풍치지구 내 호텔 신축 허용 문제에 대해 "앞으로 서울시와 협의해 나가겠다" 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런데 회의가 끝날 무렵 朴장관은 "남산을 제외한 풍치지구 내에 관광호텔 신축을 허용하는 것으로 서울시와 협의를 끝마쳤다" 고 보고했다는 것.

서울시 담당자들은 그 자리에서 이 보고를 반박하지 못한 채 회의가 끝난 뒤 "문화관광부 마음대로 정책을 바꾸느냐" 고 반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갈팡질팡 정부의 총선용 선심행정" 이라며 "즉각 중단하라" 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환경파괴 문제가 걸린 주요 사안을 朴장관이 서울시와 의논도 없이 불쑥 발표한 것은 대통령 주재 회의를 빛내기 위한 과잉충성" 이라고 비난하며 관련 자료수집에 나섰다.

같은 당 강용식(康容植).남경필(南景弼)의원은 "중앙정부의 정책책임자(朴장관)가 힘이 있다고 지방정부와의 협의 없이 밀어붙이는 태도에 경악한다" "서울시가 모른 채 추진됐다니 심각한 문제" 라고 비난했다.

이부영 총무는 "국회가 정상화되는 대로 정책혼선 문제점을 집중 추궁할 것" 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월드컵 개최에 따른 호텔 신축과 이를 위한 풍치지구 일부 해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간, 의원들간에 의견이 엇갈렸다.

국민회의 길승흠(吉昇欽)의원은 "환경보호를 들어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게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임진출(林鎭出)의원은 "풍치지구엔 문화재 지역이 대부분 포함된다" 며 "관광호텔 신축 허용은 자연환경과 함께 문화재 훼손의 우려가 있다" 고 주장했다.

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