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투표로 단군상 보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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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 시골초등학교가 최근 사회 논란거리로 등장한 학교내 단군상 존폐여부 문제를 민주적인 방법으로 매끈하게 해결, 눈길을 끌고 있다.

전북 무주군 무주초등학교는 지난 1일 학부모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내 단군상 철폐와 관련, 공청회를 가진 뒤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개표 결과 "단군상을 존치시키자" (67명)는 주장이 "철거하자" (38명)는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날 투표는 단군상 설치문제로 학부모, 동문 사이에 갈등이 빚어져 자칫 학교가 양분될 위기에 처하고 이로 인해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투표에 앞서 열린 공청회에서 개신교측은 "단군상 때문에 학생들이 갈등을 겪고 있으며 이로인해 교육환경이 흐트러지고 있다" 며 동상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역사바로알기단체는 "단군상은 종교적 입장이 아닌 우리 민족의 뿌리 알기운동의 일환" 이라며 "단군상 때문에 학생들을 전학시키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다" 고 맞섰다.

지난 2월 동문들의 주선으로 단군상을 세운 이 학교는 개신교측의 반발로 10월12일 이를 철거했다가 기증자측의 항의로 보름만에 다시 세우는 등 몸살을 앓아왔다. 이런 와중에 일부 학부모는 학생들을 전학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학교 관계자는 "단군상 존폐문제로 그동안 학교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어왔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구성원간의 반목이 해소돼 학교가 정상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무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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