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폭소…인간애, 만화'키드갱'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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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만화 제목 알아맞히기 퀴즈가 있다고 치자. 힌트는 '아기와 깡패'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짝이 만나 빚어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 '깡패들의 요절복통 육아일기' .이쯤 되면 '키드갱' (시공사) 이라는 정답을 떠올리는 만화 독자들이 꽤 많을 듯 싶다.

올초에 발간돼 현재 4권까지 나온 이 만화는 잡지 연재를 거치지 않아 사전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핸디캡이 있음에도 권당 2만부 이상 팔려나가는 성공을 거뒀다.

또 영화기획사 신씨네에 작품이 팔려 앞으로 5년 안에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신영우 (29) 씨다. 데뷔작 '오렌지 보이' 를 95년 '보물섬' 에 잠시 연재했던 것을 제외하면 만화가들이 밟는 일반적인 코스인 잡지 연재와는 거의 무관한 '사실상 신인' 이다.

연재 제의가 몇번 있었지만 인연을 맺은 잡지들이 공교롭게도 중간에 폐간되는 불운 (?) 을 수차례 겪었다.

'키드갱' 의 탄생은 이런 우여곡절 끝에 단행본으로 승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초안을 들고 방문한 시공사에서 그를 전격 스카우트하면서 비롯됐다. 엉겁결에 아기 철수를 떠맡게 된 깡패들이 육아 상식이 없어 우왕좌왕 하면서 차츰 아기에 대한 사랑을 키워간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특히 그 또래 아기를 가진 30대 초반 젊은 부부들에게 어필했다.

이 부분에서 신씨의 육아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동갑내기 만화가 신시하씨와 부부인 그는 갓 돌을 지난 예쁜 딸의 아버지. 밤에 작업을 시작해 새벽녘에 잠드는, 외출은 거의 하지 않고 남는 시간에는 주로 컴퓨터 오락을 하는, 보통 사람들과 이질적인 생활을 하는 탓에 딸을 제대로 봐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기의 습성을 파악해 작품에 반영하는 데에는 근 (近) 거리 관찰의 덕이 컸다" 고 말한다.

현재 '키드갱' 5권 분량을 출판사에 넘긴 상태고, 6권째를 그리고 있다.

지금으로는 10권 정도로 끝을 낼 심산이지만 철수가 유치원 들어갈 때까지 그릴까도 고려하고 있다.

최근 다른 작품인 '레드 자켓' 1.2권이 나왔다. 96년쯤 모 잡지에 연재하다 반응이 신통찮아 도중하차하는 아픔 (!) 을 겪었던 만화인데 의외로 이번에는 호응이 오고 있다.

소방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소방사 시보로 들어간 엉뚱한 청년 나경열의 코믹한 이야기에 '얼굴없는 범인' 을 찾아다니는 '소년탐정 김전일' 류의 추리물을 섞은 내용이다.

'키드갱' 도 그렇지만 신씨의 만화는 겉으로는 조용하고 말이 없는 듯 해도 조금만 얘기해보면 재담에도 능숙한 그의 성격과 닮았다.

아기자기한 생활의 재미를 건져올리는 능력이 뛰어난 그는 "TV연속극을 한번 보면 다음이 궁금해 계속 봐야 하는" , 그리고 "연속극 보면서 문하생들과 수다 떨며 만화 그리는 게 보통" 이라고 설명한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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