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허공'은 민주화 좌절 표현-KBS1'가요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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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용필이 불러 지금도 노래방 인기곡인 '허공'.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가슴 태우며 기다리기엔 너무나도 멀어진 그대…. "사랑의 비련을 그린 노래로 통용되지만 여기서 '그대' 를 '민주화' 로 바꿔 부른다면….

작곡.작사를 맡은 정풍송씨는 분명 민주화를 마음에 두었다고 한다. 79년 10.26 사건으로 군사독재가 끝나고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던 시절. 그러나 잇따른 12.12와 5.17 사건. "국민 소망이 '허공' 속으로 묻히게 돼 그 허탈한 심정을 읊었다" 고 술회한다.

계속되는 가사. "사랑했던 마음도 미워했던 마음도 허공 속에 묻어야만 할 슬픈 옛 이야기. " 여기서 사랑과 미움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애증 관계를 비유했다고 전한다.

KBS1 '가요무대' (12일 밤10시15분)가 히트곡에 얽힌 사연을 짚어본다. 대중가요 자체가 세상사람들의 애환을 담은 것이라 사연 없는 노래가 있을 수 없겠지만, 관련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가 살아온 발자취를 되돌아본다는 뜻이 있다.

이미자가 부른 '흑산도 아가씨'. 60년대 후반 서울에 초청받은 낙도 어린이들이 배가 없어 서울 구경을 못한다는 일간지 기사를 보고 당시 육영수 여사가 군함을 보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작사가 정두수씨가 아가씨의 심정을 빌려 서울로 향한 '검게 타버린' 마음을 그렸다고 한다.

또한 정씨가 노랫말을 붙이고 진송남이 불렀던 '덕수궁 돌담길' 은 60년대 직장 구하기가 어려워 허송세월을 보내다 애인을 떠나보낸 남자의 아픔을 담았는데 이후 덕수궁 돌담길은 실연 장소의 대명사로 불리게 됐다.

현철의 '사랑은 나비인가봐' 사연은 비극적이다. 작곡가 박성훈씨가 사랑하던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해 자살한 친구에게 바친 곡이다. 이밖에도 방주연의 '기다리게 해놓고' , 고복수의 '짝사랑' , 드라마 주제가 '장녹수' 등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들이 공개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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