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숫자 11의 저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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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이 숫자 ‘11’의 저주를 받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유난히 이 숫자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대만 둥썬(東森)뉴스 등 현지 언론은 13일 천에게 중형을 선고한 날짜가 2009년 9월 11일 오후 4시였다고 전했다. 숫자 11이 포함돼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그의 뇌물과 돈 세탁 금액 12억 대만달러(약 449억원) 가운데 9억1140억 대만달러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했다. 여기에도 11이 등장한다.

그가 검찰에 다섯 번째로 소환돼 조사받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짜는 2008년 11월 11일이었다.

하나 더 있다. 천 전 총통 부부 등 일가족 네 명에게 선고한 벌금은 총 8억 대만달러다. 만약 이 벌금을 갚지 못하면 네 명 모두 법이 정한 최장 기간인 6개월 동안 노역을 해야 한다. 이를 돈으로 계산하면 네 명의 노역 일당은 444만4444대만달러이고, 천 전 총통의 일당은 111만1111대만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만의 역술가들은 “천 전 총통이 과거 11과 관련돼 좋지 않은 일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천 전 총통 부부가 종신형을 받은 데 대해 대만 주민의 절반은 법원의 판결이 합당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만 TVBS가 11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의 50%가 이번 판결에 만족했다. 중국시보(中國時報) 조사에서도 응답자 800명 중 39%는 “종신형이 합당하다”, 10%는 “종신형이 너무 가볍다”고 답해 정치인 부패에 대한 대만 국민의 불만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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