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차 381호, 41년 전 그 모습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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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까지 서울 도심을 누빈 ‘전차 381호’가 복원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전시된다. [김상선 기자]


1930년대부터 68년까지 서울시내를 누빈 전차 381호가 긴 잠에서 깨어났다. 서울역사박물관은 13일 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전시돼 있던 전차 381호를 원형대로 복원했다고 밝혔다.

이 전차는 30년께 일본 나고야의 일본차량제조주식회사가 제작한 것으로 길이 13.7m, 폭 2.4m로 100명까지 탈 수 있다. 광복 이후에는 미국제 부품을 사용해 차량의 외부와 내부를 개조됐다. 전차 안에서 발견된 표지판 조각을 통해 볼 때 을지로를 중심으로 운행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68년 서울 시내에서 전차 운행이 정지되면서 전차는 폐기 처분됐으나 381호는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전시된 덕분에 살아남았다.

‘전차 381호’의 복원된 실내 모습.

381호는 그러나 어린이대공원에 전시될 당시 빨간색 페인트 칠이 돼 있었고 부식이 심해 원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자료 조사와 고증작업을 거쳐 차량의 외부는 원래의 색대로 하부는 녹색, 상부는 아이보리색으로 칠했다. 내부는 전차 제조사인 일본차량주식회사에서 입수한 도면과 보존처리 전의 상태를 바탕으로 옛 모습을 되찾았다. 주요 부품인 집전장치와 주간제어기 등은 국립서울과학관 등에 남아 있는 실물을 본떠 만들었다.

창틀 사이에 하얀색 잉크로, 60년대에 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문구도 복원했다. ‘출입구 막지 말고 좌석은 노유(老幼)에게’ ‘전차 안은 서로서로 깨끗이’ 등의 문구에선 당시의 질서 의식을 엿볼 수 있다. ‘불평따라 간첩 오고 자랑 속에 비밀 샌다’ 등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 글귀도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박현욱 전시운영과장은 “전차 381호는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어 전차의 구조나 당대의 시대상을 살펴보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차는 1899년 고종 황제가 명성황후의 능(홍릉)을 행차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서대문에서 청량리까지 운행됐다. 전차 381호와 서울과학관에 전시 중인 363호 두 대 남아있다.

김경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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