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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단속 장소 알려주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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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울경찰청은 지난 4월부터 SBS의 심야 뉴스 프로그램과 합동으로 서울 시내의 음주 단속 장소들을 자막으로 알려주고, 단속 장면도 직접 방영하고 있다. 단속 장소는 방송 때마다 달라지며 방송 반응에 따라 일산·분당 등 수도권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음주 단속 장소를 직접 공개하는 것이 방송 사상 처음인 만큼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찬반양론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특히 공개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음주 단속 장소를 알려주면 그 장소만 피해가는 얌체 운전자들만 양산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보내기도 한다.

음주 단속 장소를 공개하는 것은 음주운전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음주운전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판단력이 평상시보다 떨어져 “가까운데 괜찮겠지. 설마 걸리겠어?”하는 생각으로 쉽게 운전대를 잡곤 한다. 이런 경우 방송을 통해 시내 다수의 장소에서 음주단속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고, 단속되는 경우도 직접 시청한다면 음주운전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단속 장소 공개가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꾸라지 식으로 단속 장소만 피해가려는 얌체 운전자가 생길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단속 지역 외에 교통 정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행 초기인 만큼 국민이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길 바라며, 드러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경찰도 적극적으로 시정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해 나갈 것이다.

김승호 서울중부경찰서 정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