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후세인국왕 '장남에 왕위계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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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요르단의 하산 (51) 왕세자가 끝내 중도탈락의 비운을 맞았다. 형 후세인 (63) 왕이 왕위 계승권자의 교체를 공식화한 때문이다.

후세인은 24일 열린 왕실회의에서 그의 권한 박탈을 선언했다. 대신 후세인 왕은 자신의 장남 압둘라 (36) 왕자를 왕위 계승권자로 지명했다.

후세인 왕이 지난해 7월 임파선 암에 걸린 것을 안 직후 6개월간 미국에서 치료받는 동안 전권을 행사해온 그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 기간중 하산은 후세인을 대신해 내정.외교 등 국정 전반을 자신의 판단대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그로선 남을 탓할 형편도 아니다. 형인 후세인 왕의 부재 중 민심을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엔 형만한 재능이 없었는지 "후세인 만한 카리스마가 없다" 는 비판을 받아왔다.

2백㎏이나 되는 것으로 전해지는 체중으로 인해 '식충 (食蟲)' 이란 조소까지 받았다.

베두인족 중심으로 이슬람 원리주의에 경사되어 있는 군부도 그에겐 싸늘한 시선을 보여왔다.

그는 회복불능의 타격을 받았다. 후세인마저 왕세자 교체 이유를 하산의 '리더십 부재' 로 규정하고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65년 하산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은 달리 대안이 없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름뿐인 '부 (副) 국왕' 으로 임명될 것이란 설도 있으나 정통한 소식통들은 그가 단지 왕족의 일원으로 남게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하산으로서도 할 말은 있는 것 같다. 형 후세인 왕의 걱정은 다른 데 있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후세인은 하산이 왕위에 오를 경우 자신의 아들이 아닌 하산의 아들이 왕위를 계속 차지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도, 군부도 자신에 호의적이길 기대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왕세자가 된 압둘라는 후세인의 둘째 왕비인 토니 가르디너의 소생. 한살때 왕세자로 책봉됐지만 후세인이 자신의 유고시 섭정이 이뤄질 것을 우려해 65년 하산으로 교체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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