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기아비자금.삼성차 허가과정 집중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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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2일 국회 'IMF 환란조사 특위' 에서 의원들은 기아의 비자금 및 분식 (粉飾) 회계 문제를 집중 추궁하고 삼성자동차의 허가과정을 따졌다.

◇ 무너진 국민기업론 = 국민회의 천정배 (千正培) 의원은 "기아는 7년간 분식결산을 통해 4조5천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감춘 채 국민기업인양 행사해 왔다" 며 "이같은 행위는 국민과 주주.은행 모두를 속인 것" 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김영환 (金榮煥) 의원도 "김선홍 (金善弘) 전 회장은 경영권 장악을 위해 직원 5만명으로 경영발전위원회라는 임의단체를 조직, 총 5백23억원의 회사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다" 며 비난했다.

답변에 나선 유종렬 (柳鍾烈) 기아자동차 법정관리인도 기아의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기아에 와보니 노사관계나 구매부분 등에서 상식에 어긋나는 부분이 많았다" 며 "일부 음모론에도 불구하고 기아는 분식이 너무 심해 어차피 부도가 났을 것" 이라고 말했다.

비자금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뭔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 말해 반쯤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유시열 (柳時烈) 제일은행장도 "당시 채권은행들도 기아는 자체적으로 어려운 고비만 넘기면 정상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결국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국민기업론의 허점을 인정했다.

◇ 삼성자동차 = 삼성차 허가과정에서의 정치권 압력 여부 등이 논란의 핵심. 자민련 이건개 (李健介) 의원은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은 강경식 전 부총리의 협력과 청와대의 압력에 의해 가능했다" 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또 삼성의 자동차 진출이 기아 부도의 원인이 됐는지를 따졌다.

이에 대해 유종렬관리인은 "기아에 와보니 임직원들은 삼성의 '음모론' 을 믿고 있었지만 입찰을 앞두고 기아의 대규모 분식결산이 드러난 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고 털어놓았다.

한편 기아 입찰에 대해서는 "입찰과정에서 초기에 열의를 보이던 삼성이 갑자기 포기한 것은 이해가 안간다" 고 말하기도 했다.

◇ 산업자원부 = 청문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산자부는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미흡했고 대규모 투자에 관한 명확한 원칙과 절차가 부족했다" 고 시인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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