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없고 '빽'없인 기업 못해…가우디 사장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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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간판 허가를 받는데도 '빽' 넣고 돈줘야 합니다. 공무원의 비위를 맞추지 못해 영업정지.과태료.벌금 등의 처분도 당했습니다. 공직자에게 뇌물주는 기술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는 필수적인 처세법입니다. "

피혁회사인 ㈜가우디의 배삼준 (裵三俊) 사장. 14일 제2건국위가 개최한 '부정부패 추방 공청회' 에 토론자로 초빙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 맺혔던 사연들을 털어놓았다.

裵사장은 "우리는 어느새 부정부패 불감증에 걸려 있다" 고 일갈했다.

누가 부정부패를 저질러도 '다 그런거지' 하고, 피해를 보면 '뭐 나만 그런가' 하며 체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판 허가의 경우 일정한 법이 있지만 그 법에 따르더라도 거의 안되더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빽 넣고 돈주면 되더라는 것. 그러다 보니 간판을 설치하려 해도 허가가 날지, 안날지 불안해 사인을 못하겠더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직원들에게 직접 겪은 부정부패 사례들을 수집했다.

모두 1백40건이었는데 이를 종류별로 나눠보니 경찰 33%, 법원등기소 7.4%, 교육 6.2%, 병무 5.9%, 병원 4.4%, 세무 3% 등의 순이었다고 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부정부패를 추방해야 할 부분은 민생 관련 공직사회라고 주장했다.

박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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