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의혹 미온 대응”야당,햇볕정책 비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국회는 20일 상임위별 예산안 심의를 할 예정이었으나 북한 금창리 핵시설 의혹과 동해안 괴선박 출현사건이 돌출하면서 여야는 정부 햇볕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햇볕정책의 전면적 수정을 요구한 반면 국민회의는 사안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천용택 (千容宅) 국방장관과 선준영 (宣晙英) 외교통상부차관은 미국이 북한 핵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포착한 게 아니라 핵의혹이 더 짙어진 수준이라며 한.미 양국의 이견은 없다고 주장했다.

◇ 한나라당 = 이회창 (李會昌) 총재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북한 금창리 핵의혹 시설과 관련, "카트먼 특사는 핵시설과 관련한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했는데도 정부는 확증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면서 "북한에 대해 우리나라가 안일한 대응을 하는 반면 미국이 오히려 강력히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고 비난했다.

李총재는 또 "정부의 이런 대응이 햇볕정책을 고수하기 위한 것이냐" 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북한 핵시설은 폭발적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는 인식 아래 국회에서 북한 핵개발 의혹 해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문제를 검토키로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방.통일외교통상위 등에서 미국의 신빙성 있는 핵개발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축소해석하려는 태도는 햇볕정책의 후퇴를 우려한 중대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핵개발로 제네바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만큼 북한 경수로 사업에 대한 자금지원도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 김덕룡 (金德龍) 의원은 "공사에 참여한 '인적 (人的) 채널' 을 통해 금창리에 핵시설이 건설됐다는 정보를 당국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며 북핵 저지를 위한 국회차원의 특위구성 및 결의안 채택을 촉구했다.

같은당 이세기 (李世基) 의원은 "정부가 잘못 대처할 경우 지난 북한핵 위기 때처럼 금창리 핵시설 접근을 허가받는 대가로 수십억달러를 지불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 고 주장했다.

◇ 여당 = 국민회의측은 핵의혹을 확대 해석할 경우 한반도 긴장 고조와 함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대북경협에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고 반박했다.

국민회의 김상우 (金翔宇) 의원은 "카트먼 특사의 방북은 북한 핵문제 해결의 시작에 불과하다" 면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주장했다.

이영일 (李榮一) 의원도 "북한 핵을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도 민주.공화당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속단은 금물" 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 = 천용택 국방장관은 "카트먼 특사가 이번 방북에서 북한 핵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포착한 것은 아니다" 며 "미국이 이미 확보중인 영상정보를 심층판독한 결과 핵의혹이 더 짙어졌다는 설명을 틸럴리 한미연합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다" 고 말했다.

선준영 외교통상부차관은 "금창리의 시설이 핵관련이라는 강력한 방증은 있으나 확증은 없다는 데 양국 정부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고 답변했다.

남정호.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