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정규시즌 오픈을 이틀 앞둔 6일 저녁 기아의 제이슨 윌리포드 (25)가 국내 선수중 최고참인 동료 김유택 (35) 의 방을 찾았다.
좀처럼 대화가 없던 윌리포드의 방문에 김은 당황했다.
윌리포드는 김유택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한 경기에서 얼마나 전력을 다해 뛸 수 있느냐" 고 물었다.
김은 윌리포드가 자신의 체력을 걱정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김은 "10분 정도는 가능하다" 고 솔직히 대답했다.
그러자 윌리포드가 밝은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윌리포드는 김유택에게 "네가 10분만 뛰어 준다면 나머지 시간은 내가 책임지겠다" 고 장담했다.
김유택도 마음을 열었다.
김은 "나는 너의 보조역할에 불과하다.
네가 힘들 때마다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고 말해 윌리포드를 감격시켰다.
둘은 이날밤 늦도록 농구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기아 선수들은 윌리포드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윌리포드가 나래 소속일 때 보여준 오만방자한 태도가 눈에 거슬려 김유택도 "언젠가 한번은 버릇을 고쳐 주겠다" 고 벼르던 차였다.
그러나 기아로 이적한 뒤 윌리포드가 보여준 성실한 태도는 이같은 인상을 깨끗이 지웠다.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데다 일단 코트에 들어서면 양보가 없는 투지도 '승부사 집단' 인 기아 선수들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동료들의 신뢰를 살 수 있었던 것은 윌리포드의 기량이었다.
기아의 테크니션들은 한눈에 윌리포드가 '기술자' 임을 알아봤다.
'흑인의 몸으로 한국식 농구를 한다' 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어긋나지 않았다.
기아의 강점은 역시 강력한 포스트. 지난해 확인됐듯 외곽이 아무리 강해도 골밑이 약하면 정상에 오르지 못한다.
김유택과 윌리포드의 '10분 맹약' 은 기아의 골밑 재건과 또 한번의 우승 도전을 선언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