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식품류 칼로리 표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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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조금만 고치면 여러 사람들이 덕을 볼 수 있는데도 개선이 안되는 일들이 꽤 많다.최근 중장년 다이어트를 취재하면서도 다시 한번 이를 확인한 것 같아 씁쓸했다.

한 대학병원 다이어트 클리닉의 전문의는 중장년 다이어트에 대해 조언하며 "왜 우리 나라에서는 식품류와 과자류 제품에 총칼로리를 표기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고 불만을 표시했다.

식품류에 칼로리 표기가 제대로 돼있지 않아 비만환자들이 식이요법을 실천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가령 하루 열량을 5백칼로리정도 줄이라고 처방을 받았다고 하자. 그러나 이 처방전을 받아든 순간부터 환자는 혼란스럽다.

비스켓 하나 먹으려해도, 캔 음료를 마시려해도 그 열량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모든 제과류에 의무적으로 열량을 표기한다.

우리 나라 제과회사도 수출용 제품에는 칼로리를 꼬박꼬박 적는다.

그러면서도 국내 판매용 제품 중에는 전체의 10%만이 칼로리를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왜 칼로리를 표시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과회사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고시 '식품 등의 표시기준' 에 총 열량을 표기하도록 의무화하고있지 않다" 고 대답했다.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감독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법으로 막고있는 사항이 아니므로 업체에서 표시하려면 얼마든지 표시할 수 있다" 고 답변했다.

법으로 권장하지도, 막지도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총칼로리를 나타내 줘야하는 것은 아닐까. 비만이 더 이상 '돈 많은 사람들의 한가한'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중장년층 상당수가 비만으로 인한 각종 통증과 성인병에 시달리고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우리 나라 20대 여성이 즐겨보는 여성지의 서너 쪽은 항상 비스킷.초콜릿.아이스크림 등의 칼로리를 설명, 소개하는데 할애되곤 한다.

소비자들이 이를 보고 각각의 칼로리를 외우는 대신 제품에서 간단하게 정보를 얻는다면 훨씬 편리한 생활이 되지 않을까. 실제 제과회사의 한 관계자는 총칼로리를 표기하는 일이 전혀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고백 (?) 했다.

대단히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그리고 그 일이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면 서둘러 시행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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