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성기 포항공대 총장 내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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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성기 (鄭盛基) 포항공대 총장 내정자는 19일 취임을 앞두고 어느때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18일 현 장수영 (張水榮) 총장 후임으로 선임된 뒤 대학본부 한켠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 보직자 인선등 취임준비에 한창이다.

이런가운데서도 그는 교육부.한국과학재단등 외부 연구프로젝트는 계속 진행해야 한다며 연구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는 총장이 된후에도 공관으로 옮기지 않고 계속 교수 아파트에서 살겠다며 공관 활용방안을 별도 지시해 두었다.

또 여학생기숙사 사감을 맡고 있는 부인 정세향 (鄭彗香.46.서양미술) 교수에게 사감 사표를 내고 연구.교육에만 전념토록 하는등 주변정리에도 신경쓰고 있다.

- 공개초빙 방식에 따라 1백여명의 후보를 제치고 총장에 선임된 소감부터 말씀해 주시지요.

"뜻밖이었죠. 지원하지는 않았습니다.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할때 후보로 고려된 것을 알았습니다.

4명의 최종 후보에 올라 법인이사회의 총장선임위원회에서 대학발전방향등을 물어왔을때까지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어요.

쟁쟁한 분들이 많았고 아직은 연구와 교육에 몰두해야 할 나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포항공대 창립멤버로 각종 위원회와 연구소에서 일했고 교무처장을 지내 학교사정에 밝다는 것과 젊다는 점이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패기와 의욕을 갖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 포항공대는 87년 개교해 불과 10여년만에 최근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시아 위크' 에서 아시아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으로 뽑힐 만큼 발전했습니다.

포항공대의 발전구상은 있으신지요.

"그동안 개교 당시 생각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이루었습니다만 여기서 주춤하면 안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가 2년제로 시작해 MIT공대와 쌍벽을 이루는데 25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느리게 움직여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저희도 아시아를 벗어나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자리잡는 시기를 2010년쯤으로 잡고 있습니다. "

- 지금 대학들은 생존.발전을 위해 전문대학원제 도입등 구조조정이 한창인데 포항공대는 비켜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대학은 이미 다른 대학들에 앞서 지금 한창 추진중인 특성화.전문화를 바탕으로 개교했기 때문에 별다른 구조조정이 필요없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계속 추구할 것입니다.

학교에서 나오는 기술 개발을 시장으로 연결,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경영.기술정책등의 교육과정을 둘 생각입니다.

또 인문.사회교양 교육을 강화할 것입니다.

21세기 '지식산업 사회' 를 이끌어가는 인재는 과학기술자로서는 부족하고 사회.문화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

- 교육개혁의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한다고 보십니까.

"교육 수요자의 개성.능력등에 맞춰 선택 가능성을 준다는 의미에서 학부제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획일적인 학부제는 '인기학과' 위주로 흘러 기초학문 분야의 도태를 낳을 수 있습니다.

또 시장원리에서 따돌림받는 기초학문은 국가가 책임지고 적극 지원해주어야 합니다.

오랫동안 정체돼 있다 하루아침에 뒤집는 것은 개혁이 아닙니다.

조금씩 바꿔 나가는 것이 올바른 개혁이라 봅니다.

그리고 21세기는 단순 노동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습니다.

중산층과 복지사회를 창출.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노동과 프로의식이 요구됩니다.

지속적인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고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어요. "

- 지금 대학들도 취업문제가 최대 고민거리인 걸로 아는데요.

"포항공대는 그동안 1백% 취업률을 보였지만 내년 졸업생들은 어떨지 걱정입니다.

하지만 경제가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희망을 잃지 않는 낙관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회가 더욱 다원화되는 만큼 개척정신이 필요하고 항상 자신을 계발해야 하겠지요. "

- 대학졸업과 동시에 유학을 떠나 이 대학으로 올때까지 20년 가까이 미국생활을 하셨는데 미국문화와 한국문화는 차이가 많지요.

"일반성.보편성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와 달리 미국은 개인성을 중시합니다.

어떤 타이틀을 갖고 있느냐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좌우합니다.

권위.명령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익에 기초한 자각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조직 또한 효율적으로 돌아갑니다.

개인이 우수하지 않으면 전체가 발전할 수 없듯 이같은 개인주의는 우리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

- 입시.학원문제등 청소년문제가 심각합니다. 학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우선 부모들의 욕심이 지나칩니다.

자기 자녀가 남들보다 특출한 아이가 되길 원할뿐만 아니라 부모에게 잘하는 효자도 되길 바라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 두가지를 모두 갖춘다는 것은 아주 예외적이고 특출한 경우입니다. 자녀의 희망.적성.행복을 생각하는 '자녀를 위한' 기대를 가져야 합니다. "

포항 =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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