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6국 경제사령탑이 본 아시아위기 원인과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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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시아 경제위기 1년을 맞은 오늘 각국의 경제사령탑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있을까. 위기 원인에 대한 진단은 조금씩 다르지만 처방은 하나, '경제시스템의 건실화' 를 꼽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지는 최근 아시아 6개국 경제사령탑들을 차례로 만나 의견을 들어 봤다.

이들의 의견을 요약해 정리한다.

◇ 위기의 원인 = 국내원인과 국외원인으로 의견이 나뉜다.

태국의 슈파치 파니치파크디 부총리는 국외요인에 비중을 뒀다.

그는 "지난해 7월 국제 투기자금 (헤지펀드) 의 공략으로 바트화는 무너졌다. 이것이 아시아 위기의 출발점" 이라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신原英資) 일본대장성 재무관도 의견을 같이했다.

그는 "거대 국제자본이 일정지역에 과도히 유입된 뒤 한꺼번에 빠져나간다면 외환위기를 겪지 않을 재간이 없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리셴룽 (李顯龍.금융담당) 부총리는 "아시아 각국의 예견능력 부족과 판단력 결여가 위기를 자초했다" 며 내부요인을 강조하는 편이다.

예컨대 인도네시아가 IMF프로그램을 거부함으로써 최악의 위기를 맞은 것은 명백한 판단력 결여라는 지적이다.

대만의 파울 치우 청 슝 재정장관은 외국에서 돈을 빌려 국가를 경영한 것이 거품경기를 불렀고 이것이 위기로 직결됐다고 진단해 아시아 각국의 경제정책 잘못을 지적했다.

기난자르 카르타사스미타 인도네시아 경제.재정.산업개발장관은 국내정국의 불안과 수하르토 체제 아래서의 경제 비효율성을 꼽았다.

◇ 향후 정책 = 대부분 금융제도 효율화등 IMF가 요구하는 개혁사항이 위기극복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을 표시했다.

홍콩의 도널드 창 얌쿠엔 (曾蔭權) 재정장관은 경제 모든 분야의 세계화와 투명성 확보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들었다.

그는 "홍콩이 상대적으로 세계화돼 있다지만 세계무역기구 (WTO) 체제 기준으로 보면 아직 우물안 개구리" 라고 말했다.

기난자르 장관은 "수하르토 체제 아래서 만연했던 정실주의와 비효율의 타파에 중점을 둘 것" 이라며 경제시스템의 투명성 강화를 강조했다.

다만 외부 도움 없이는 회생이 어려워 미국과 일본이 도와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달았다.

파울 치우 장관은 "가장 중요한 점은 경제의 모든 시스템이 주변환경이 변화하면 즉각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사카키바라 재무관은 금융부문에서 부실채권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지역내의 협력증진이 아시아 위기극복에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슈파치 부총리는 강력한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효율성 제고를 꼽았고 리셴룽 부총리는 보호주의 포기와 금융시장 자유화를 향후 정책목표로 삼았다.

◇ 전망과 교훈 = 도널드 창 장관은 이르면 내년 봄, 늦어도 내년말까지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카키바라 재무관은 "아시아 경제는 기초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회복될 것" 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계최대 채권국인 일본은 일단 대외신뢰만 얻으면 곧 바로 경기회복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파울치우 장관은 올 하반기에 대만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진단했다.

아시아 경제위기가 주는 교훈에 대해 도널드 창 장관은 "이번 위기가 오히려 각 분야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가능케 하고 부의 재분배를 유도해 건실한 경제체질을 갖추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고 토로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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