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고질라 VS 용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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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 미국 영화계의 최대 화제는 공상과학 (SF) 영화 '고질라' 다.

20일 미국 전역 7천3백63개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된 이 영화는 '타이타닉' 을 능가하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저동굴에서잠을 깬 괴수 (怪獸) 고질라는 산더미같은 해일 (海溢) 을 일으켜 유조선을 삼켜버리고 드디어 미국 뉴욕에 상륙한다.

맨해튼 시가 (市街) 를 닥치는대로 파괴하는 고질라를 상대로 과학자.군인들은 사투 (死鬪) 를 벌인다.

특히 96년 백악관 폭파장면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팀이 특수효과를 맡아 화제다.

고질라는 원래 일본산 (産) 이다.

영화제작자 다나카 도모유키 (田中友幸)가 스토리를 구상했으며, 무대 역시 도쿄 (東京) 다.

54년 도호 (東寶) 영화사가 만든 '고질라' 는 9백60만명 대관객을 동원하는 히트를 기록했고, 속편 (續編) 이 22개나 제작됐다.

특히 55년부터 미국에 배급돼 고질라는 미국인들에게 낯설지 않다.

일본에서 고질라는 단순히 영화에 그치지 않는다.

고질라를 보면서 자란 세대는 고질라에 대한 일종의 향수를 가지고 있다.

고질라에 대한 학문적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고질라생물학서설 (序說)' '고질라논리' 등 관련 서적이 나오고 있다. 고질라의한국판 (版) 인 '용가리' 가 제작된 것은 지난 67년이다.

서울에 침입한 괴물 용가리가 남대문을 부수는 장면 등으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용가리 통뼈' 라는 유행어가 나온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용가리는 그후 괴력을 잃고 스크린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동안 SF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개그맨 심형래씨가 대작 '용가리' 제작에 착수했다.

해외시장을 겨냥해 미국 LA를 배경으로 미국 배우에 영어 대사를 쓴다.

70억원이란 거액의 제작비중 절반은 외국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제작에 앞서 가진 프리세일즈에서 외국 제작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심씨는 한국이 보유한 SF영화기술로도 '쥬라기공원'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대작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에 차 있다.

요즘같은 IMF 경제위기엔 독창적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화 '타이타닉' 한편으로 10억달러를 벌어들이는 세상 아닌가.

용가리의 대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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