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야당, 거리서 역풍 맞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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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선 최근 ‘침묵하는 다수’란 말이 많이 나온다. 이념대결을 부추기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경제회복과 사회적 안정을 바라며 침묵하고 있는 다수 국민의 목소리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갈등과 혼란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의 분위기 쏠림 때문에 함구해 온 이들이 청와대와 여권엔 국면전환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11일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국민이 일시적이고 집단적인 쇼크에 빠졌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감성 일변도의 분위기가 잦아들고, 사회와 경제 안정을 원하는 다수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엔 10일 서울광장 집회가 예상보다 큰 폭발력을 갖지 못했고, 앞으로도 큰 탄력을 받긴 힘들 것 같다는 자체 분석이 깔려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민주당이 국회가 아닌 길거리로 나서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집회는 앞으로도 국민적 호응은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도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정무수석실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현 정부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20%대 초반까지 추락했던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최근엔 32%에서 36% 사이를 오르내릴 정도로 회복됐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에서 속도감 있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며, 일시적으로 떠났던 민심도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12일로 예정된 검찰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수사결과 발표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16일을 계기로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시작된 혼란의 국면에 마침표가 찍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는 15일 오전 방송될 정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강조하며 사회통합과 화합을 거듭 당부할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워싱턴에서 돌아오는 18일 이후로 예상되는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인사를 계기로 수세적 국면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찾겠다는 계획도 짰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핵심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 국면에서 표출된 국민의 요구를 정책에 적절히 반영하고, 이후 ‘한나라당→청와대와 정부’ 순으로 인적 쇄신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정국은 빠른 속도로 안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요약하면 ‘침묵하는 다수’의 지지와 동의를 이끌어낼 만한 정책과 인적 쇄신을 통해 6월 위기를 탈출하겠다는 그림이다.

이런 구상엔 걸림돌도 적지 않다. 청와대 민정라인 관계자는 “갈팡질팡하고 있는 한나라당 내부 쇄신작업이 더 삐걱거려 혼돈이 지속되고, 민생법안이 산적한 6월 국회가 흐지부지될 경우 ‘침묵하는 다수’의 지지를 여권이 흡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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