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플러스] 세금이냐 내수냐 국세청 진퇴양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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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 어려운데 무작정 세금 내라고 닦달하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그냥 놔두면 세수(稅收)가 부족하게 생겼고…."

국세청이 요즘 큰 고민에 빠졌다. 세금 잘 거두는 '본업'에 앞서 꺼져 버린 내수를 되살리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이다. 게다가 접대비를 50만원으로 제한하면서 불거진 '독불장군 이미지'도 적잖이 부담스럽다. 정부 부처 내에서는 "분위기도 나쁜데 기업을 주눅 들게 하고 서비스 업체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눈총이 만만찮다.

그래서 국세청은 때아닌 '내수 살리기' 묘책을 찾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급기야 세무서장급 이상 간부들이 19일 수원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워크숍을 연다.

주제는 '경제 활성화 지원책'. 세무조사를 면해 주거나 세금 납부를 미뤄 줄 만한 곳이 더 있는지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다. 상반기에 ▶일자리를 만드는 회사는 세무조사를 유예하고▶경영난에 시달리거나 지방으로 본사를 옮긴 기업들은 세무조사 대상에서 빼주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뭔가 미흡하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국세청은 급한 대로 세무조사 대상과 규모를 크게 줄일 생각이다. 또 웬만한 조사는 경기가 되살아나는 시점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세무조사 대상과 규모를 지난해보다 10% 정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금 문제에 민감해 하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조사도 줄일 예정이다.

그러나 부담이 작지 않다.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세금이 덜 걷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올 세수 목표액에 2~3%가량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봄에 거둔 2003년도분 법인세는 다행히 전년보다 조금 늘었다. 그러나 경기에 민감한 부가가치세.특별소비세는 줄어들고 있다. 수출을 많이 한 기업들에 돌아가는 환급분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세 체납액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국세청으로서는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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