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 도의원이 지방선거 공천거부…충남 도의원 유인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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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남 못지않은 도정 전문가로 자부하나 돈이 없어 의정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충남서산 제3지구당 유인석 (柳仁錫.59.자민련) 도의원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의 고비용 정치구조에서 적자 정치' 를 감당할 수 없다" 며 '공천 거부 선언' 을 했다.

그는 지난해 지역언론이 실시한 도의원 중간평가에서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전업의원으로 의정활동에만 힘써 예산도 많이 따오고 지역구 현안을 잘 처리해 지역구민들로부터 "국회의원이나 시장보다 낫다" 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공천신청서를 내지 않았고 당에서 공천해주겠다는 것도 거부했다. 柳도의원은 더이상의 적자정치를 유지할 힘도 없고 실력보다 돈으로 좌우되는 정치에 염증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의 의정활동을 수입.지출면에서 보면 전형적인 '마이너스' 형 (型) 으로 수입이라곤 의회에서 '거마비' 조로 받는 월평균 60만원 (실수령액 52만원) 이 전부. 그러나 쓰는 돈은 한달 최소 4백만원으로 이 가운데 가장 큰 항목은 경조사비였다고 한다. 결혼.장례는 기본이고 제사.환갑.백일 등 하루 최고 34건의 '납세 통지서' 를 받은 적도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의원 3년의 대차대조는 수입 2천만원 가량에 지출 1억4천만원으로 23년동안 근무했던 언론사에서 받은 퇴직금을 고스란히 바치고도 모자라 나머지는 후원금으로 충당했다고 柳도의원은 전했다.

그는 95년 선거에서 법정경비 상한선이 1천7백40만원이지만 실제로는 5천여만원을 썼으며 법정비용은 유인물 4종 인쇄로만 다 나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선관위에는 유인물 인쇄비로 4백만원만 지출했다고 영수증을 제출, "출발부터 출마자는 범죄자가 되는 셈" 이었다고 柳도의원은 말했다.

대전 = 이석봉 기자〈factfi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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