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책 특집]가정의 달 맞아 어버이사랑 소재 책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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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가정의 소중함을 실감케 하는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사랑하는 가족끼리 서로 보듬을 기회가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 같은 때에는 부모와 자녀 사이, 백년해로 해야 할 부부들 가운데에도 일상에 지쳐 마음만큼 사랑을 제대로 표현 못하는 경우가 많다.살아 생전 더 잘하지 못해 평생 후회로 남을 가족에 대한 사랑. 특히 오늘 어버이날 (8일) 을 맞아 생각을 키울 책들을 특집으로 모았다.

언제나 되돌아 가고 싶은 곳. 힘들 때면 더욱 생각나는 사람. 바로 어머니다. 그러나 그분의 살아 생전에는 왜 진작 마음 편하게 못 해드렸을까. 사모곡 (思母曲) 을 아무리 불러봐도 구절구절마다 때 늦은 후회뿐이다.

수필집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샘터刊) 와 시집 '어머니' (누리기획) 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하게 담은 책이다.한없는 어머니 사랑을 실감한 일화며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교훈을 필자들은 기억을 더듬어가며 써냈다.

'신은…' 에서는 김수환 추기경.법정 스님.이해인 수녀.성악가 조수미씨.개그맨 이홍렬씨 등 각계 인사 50명이 밝히는 모정에 대한 단상을 동화작가 정채봉씨와 시인 류시화씨가 엮어 냈다. 어머니는 사랑과 지혜의 전달자로 생명의 뿌리며, 나를 있게 한 삶의 원동력이라는 지당한 내용을 감동적인 글로 다시 한번 전하고 있다.

절로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훌쩍 집을 나서 중이 된 아들을 생전에 꼭 한번 수도하는 암자까지 찾아왔던 법정 스님의 어머니. 돌아가시는 길 물이 불어난 개울을 넘게 해드리려고 어머니를 업었더니 마른 솔잎단처럼 가벼워 가슴이 쓰렸다는 이야기가 읽는 이를 뭉클하게 한다. 소설가 양귀자씨의 사연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새까만 무쇠솥 뚜껑을 밀치면 구수한 밥 냄새가 진동하고 장작불 하나에 꽁치들이 익어간다.

7남매를 키운 어머니는 매 끼니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마련했다.

서너 명의 하숙생에게는 꽁치보다 더 고급인 갈치를 구워다 주고, 일찍 죽은 남편 대신 가장이 된 큰 아들에게는 꼭 새로 꺼낸 김치와 알 밴 조기 한 마리로 사랑을 표시했다. 이밖에 꿈 속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다시 한번 만나면 이제는 배 곯지 않고 잘 살고 있노라고 꼭 한마디 전하고 싶다는 이홍렬씨등 이 책에는 어머니에 대한 회한이 넘쳐난다.

양동식시인의 '어머니' 는 30편의 시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추모의 정을 노래하고 있다.평범하지만 굴곡 많은 삶을 산 어머니를 통해 한국 어머니들의 아픔을 끌어내고 있다.

곱게 자란 맏딸인 어머니는 큰아버지 손에 끌려 얼굴도 모르는 아랫녘 갯마을 총각에게 시집 갔다.

남편 따라 나선 일본 타향살이에 모진 고생을 하고 굶주림에 지친 자식들이 땅콩 한 봉지에 법석을 떠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지켜 봐야 했다.

그런 어머니가 이제는 "먼 바다 파도소리/뒷산 풀 내음/길어다 주시더니//이제는 아득한 나라/전설의 나래 접은/한 마리 학이외다" ( '부채' 中) 라는 한편의 시로 남았다.

못 다 갚은 어머니 사랑을 다음 생에는 보답할까. 어머니라는 한 마디에 모두 한 쪽에 접어둔 그리움을 일깨우는 시와 수필들이 이 두 책에는 실려있다.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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