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전산망 위험천만…고장땐 대체할 '백업시스템'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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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9월 22일 서울S은행 고객들은 오전 9시30분부터 2시간20분동안 큰 혼란을 겪었다.은행전산망이 고장나면서 본점과 전국 4백여개 지점에서 입출금.계좌이체등 은행업무가 중단됐기 때문이다.별도의 백업센터 (Backup Center)가 있었다면 장애발생시 즉각 복구가 돼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다.지난 95년 1월 일본 고베지진때는 1천7백여기업의 주전산기가 파괴되면서 복구체제가 미흡한 대부분의 은행.기업들이 파산했다.이에앞서 93년 2월에는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테러공격을 받아 이곳에 입주한 3백50개기업중 백업시스템이 미비했던 1백50개사가 도산했다.

이처럼 전산시스템을 이중으로 갖추지 않을 경우 화재.지진.홍수등 예기치못한 재해등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국내 금융기관.기업들은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백업센터란 원격지에 구축한 별도의 이중 전산센터. 주 (主) 전산센터와 연결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주시스템이 고장났을 때 바로 대체, 큰 혼란을 막아준다.

특히 모든 거래와 업무가 컴퓨터로 이루어지는 금융기관의 시스템이 파괴되면 금융공황등 국가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그러나 국내에서 백업센터를 갖춘 금융기관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다만 상업은행이 2000년을 목표로 백업센터 구축을 추진중이며 금융결제원에서도 검토중이다.

일반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삼성그룹이 삼성SDS를 통해 경기도과천과 경북구미에 2개의 백업센터를 구축한 것이 유일하다.

LG.현대.대우그룹등은 계열 시스템통합업체의 전산센터를 일부 백업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반면 일본에서는 고베지진 피해이후 도시은행 (우리나라의 시중은행) 은 대부분 백업센터를 구축했다.미국은 아예 법적으로 금융기관들의 백업센터 구축을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백업센터를 갖추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부담 때문. 백업센터를 추진중인 상업은행 박찬민 (朴贊敏) 차장은 "모든 금융기관들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구축비로 3백억~3백5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보니 의무사항이 아닌이상 엄두도 못낸다" 고 말했다.때문에 자체 구축대신 외부기관에 백업센터 대행을 맡기는 BRS (Business Recovery Service) 를 활용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BRS란 백업센터를 구축할 능력이 없는 기업.금융기관을 위해 백업센터를 빌려주는 사업으로 비용이 연 3억원이면 가능하다.

현재 한국IBM등이 서비스중이다.삼성SDS컨설팅사업부 김인제 (金仁濟) 박사는 "백업센터의 구축을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경우 금융기관들은 최소한 BRS라도 활용, 전산센터 파괴에 따른 국가적 혼란을 예방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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