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로 서울유학도 힘들어…자기고장 대학 선택하는 수험생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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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교육 공무원 A (60.부산남천동) 씨는 요즘 잠이 오질 않는다.

서울로 유학보낸 딸 (26.H대 대학원2).아들 (24.D대 건축과3)에게 보낼 월1백만원 정도의 생활비 걱정 때문이다.

학기초에 내야 하는 등록금은 또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그는 2년전 두 자식을 위해 서울에 전세방 (4천2백만원) 을 얻어주고 퇴직 후 과수원이나 하려고 임야를 구입하는 바람에 은행 빚 8천만원을 지게 됐다.

IMF한파로 금리가 올라 매달 이자 1백20만원을 꼬박꼬박 내야한다.

여기다 두 자식 생활비를 보내고 나면 월급이 완전히 바닥난다.

생활비를 빚내 마련해야 하는 판이다.

어쩔수 없이 딸은 올해 휴학을 했고 서울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다니고 있다.

빚에 쪼들려 아파트 (57평) 를 줄이기로 하고 내 놓았으나 (매매 2억원.전세1억3천만원) 이마저 거래가 안된다.

"자식들을 부산시내 국립대 (4곳)에만 보냈어도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을 텐데…" 그는 후회막급이다.

부산시내 대학에 다니면 한달에 30만~40만원이면 2명 생활비가 되고 당시는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지방 국립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때는 딸.아들 모두 지방대는 "죽어도 안가겠다" 고 버텼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 는 분위기여서 부모도 말릴 수 없었다.

자식을 서울에 유학보낸 지방학부모들은 요즘 허리가 휜다.

어지간한 재력가가 아닌 이상 한자녀당 매달 1백만원에 가까운 학비 (등록금.생활비) 를 댈 수가 없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지방대를 나오면 취직도 잘 안되고 너도 나도 서울로 유학보내는 분위기여서 서울로 보냈으나 너무 부담이 크다" 고 말했다.

유학생들도 생활비 절약.휴학.아르바이트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부모 부담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인지 98학년도 입시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자기 고장의 대학을 택했다.

부산대 합격생의 88.5%가 부산시내 고교생들이었다.

동아대 합격생 93.8%가 부산시내고교 졸업생이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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