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사관, "한국경제 더 강해질것" 본국에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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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경제는 앞으로 12~18개월이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지만 기초 (fundamentals) 는 건전하며 중장기적으로 전보다 강력한 경제체제로 재부상하게 될 것이다."

미국 대사관은 최근 본국정부에 보낸 '한국경제위기의 미국기업에 대한 시사점' 이라는 보고서 (3월4일자) 를 통해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로 들어선 이후 한국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번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경우 향후 한국에 진출할 미국업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권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본지가 10일 단독입수한 이 보고서는 더불어 한국의 외환위기 원인을▶장기간의 관치금융▶국내시장 보호형 성장전략▶정부와 기업간의 유착 때문으로 분석하고 '위기에 강한 한국' 임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예전보다 강력한 경제체제로 다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신정부가 출범한지 1주일만에 나온 이번 주한 미 대사관의 보고서는 특히 한국경제 위기를 미국기업들의 관점에서 분야별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경제에 시사하는 바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 대사관은 그러나 이같은 중.장기 희망적 관측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외환 유동성 부족으로 수입대금의 결제가 지장을 받고 있고 원화의 급속한 평가절하 및 국내 내수시장의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대사관은 특히 침체국면이 완연한 분야로 각종 국책사업 등의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급격한 투자축소에 직면한 건설업과 미국의 주요 무기수출국인 국내무기 조달시장을 꼽았다.

또 반도체의 경우 2백56메가D램외의 반도체관련 투자의 50%가 취소될 전망이라 반도체 장비시장의 85%, 재료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한국의 급속한 개방.자유화 조치와 기업들의 구조조정 본격화로 미국기업들에 새로운 진출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재벌기업들이 자금융통을 위해 주요지역의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외국부동산 관련회사들의 구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최근 한국정부가 정리해고제의 도입,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 (M&A) 의 허용 등 외국인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음에 따라 외국기업들의 관심이 급증하는 추세지만 관련 전문인력과 서비스가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보험업은 당초 선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나 세계무역기구 (WTO) 의 양허일정보다 개방을 앞당겨 미국기업에 최적의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재벌들 역시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구조조정 단계에서 막대한 재원의 조달과 미국의 선진기술 도입이 불가피함에 따라 미국기업은 윈 - 윈 (WIN - WIN) 상황을 조성해 한국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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