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여객 여성운전사들 "IMF 한파 우린 몰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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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IMF한파요. 우린 잘 몰라요.” 남자도 쉽지 않은 시내버스를 몰며 IMF한파를 이겨내고 있는 억척 여장부가 울산에만 12명이 있다.

울산여객 여자운전사 7명중 최고참인 서정숙 (徐貞淑.50) 씨. 7년째 시내버스를 운전중인 그녀는 “남들은 이제야 자격증을 딴다고 법석인데 우린 끄떡없다” 며 자랑이다.

徐씨는 요즘 하루 2백㎞정도를 운전한다.

28년전인 22살 처녀때. 중학 졸업후 농사를 짓던 徐씨는 가난구제를 위해 돈벌 궁리에 나섰다.

조종사가 꿈이었던 그녀는 “하늘을 못날면 땅이라도 기어야지” 하는 심정으로 택시운전을 결심했다.

계모임에서 당시 수강료 (5천40원) 보다 좀 비쌌던 쌀1가마를 빚내 1종보통 면허증을 땄다.

'여자가 무슨 운전이냐' 며 집안에서 반대했지만 徐씨는 70년 10월부터 영업용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80년 들어 수입이 줄어 들어 그녀는 시내버스에 도전키로 하고 대형 면허증도 땄다.

82년3월 시내버스 회사에 시험을 쳤지만 '여자' 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그해 개인택시 면허를 받은 徐씨는 90년10월 개인택시 면허를 팔고 잠시 운전학원의 도로연수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입이 별로여서 남자들도 꺼리던 3D업종인 버스기사에 재도전하게 됐다.

“7~8명의 남자와 함께 시험을 쳐 홍일점인 나를 포함, 4명이 합격했죠.” 택시운전을 하다 93년부터 버스운전대를 잡은 이난희 (李蘭姬.48.여) 씨는 “택시는 하루 종일 얽매이지만 버스는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8시간만 근무하면 돼 남편.아이 뒷바라지 등 가정생활에도 문제가 없다” 고 지적했다.

4년째인 이소옥 (李小玉.52.여) 씨는 “여자가 하루 8시간씩 27~28일 일하고 1백20만~1백30만원씩 벌기가 어디 쉽느냐” 며 “힘이 다할 때까지 운전할 작정” 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막내' 여자운전사 (경력 13개월) 김우덕 (金宇德.42) 씨, 95년 3월 입사한 노숙희 (盧淑姬.47) 씨 등도 하루 1백50~2백50㎞를 운전하고도 끄떡없이 견뎌내고 있다.

울산에는 이들외에도 학성여객 3명.남진여객 1명.신도여객 1명의 여성이 시내버스를 몰고 있다.

울산 =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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