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불안한 게걸음…CP·회사채등 실세금리 꿈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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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금리가 불안한 옆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금리는 정부의 금리인하 대책에 눌려 더 오르지는 않고 있지만 자금시장의 경색이 가시지 않아 쉽게 내려가지도 않고 있다.

재정경제원은 지난 9일 은행의 신종적립신탁과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 (MMF) 의 수익률을 연 20% 이상에서 연 10%대로 낮췄다.

또 이번 주에는 실세금리와 연동된 은행 정기예금금리를 평균 연 18.5%에서 1% 포인트 정도 내리도록 요청했고 은행들도 이를 수용키로 했다.

재경원은 은행의 수신경쟁이 고금리를 부추겼으므로 이를 누르면 실세금리도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재경원의 '수신금리 누르기' 는 일단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문제는 이것이 실세금리의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은행신탁의 자금사정이 슬슬 나빠지고 있다.

은행 신탁자산은 대개 ▶유동성이 높은 콜.기업어음 (CP)에 40%▶유가증권에 30%▶신탁대출에 30% 등으로 나뉘어 운용된다.

이 가운데 재경원의 기업지원 대책으로 이미 CP와 대출에서 돈이 묶여 있다.

여기에다 금리인하 대책으로 수신고도 은행별로 하루 1백억원 이상 빠져나가 이달 1~14일중 신탁수신은 2조7천3백억원이나 감소했다.

S은행 임원은 "대출연장과 금리인하로 은행돈이 모자라면 콜시장에서 은행이 돈을 끌어쓰게 되고 이것이 금리상승으로 이어진다" 고 말했다.

반면 5대 그룹을 중심으로 기업들은 올 2분기에 쓸 자금비축에 나섰다.

특히 CP발행이 늘고 있다.

그러나 MMF 등 단기상품에 몰린 돈은 대부분 부동 (浮動) 자금이어서 91일짜리 CP는 외면하고 있다.

사줄 곳은 없는데 발행이 밀리자 CP 유통수익률은 지난주 1주일간 무려 6% 포인트나 치솟았다.

회사채 유통수익률도 이번주 들어 다시 올라 연 20~21% 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콜금리는 연 23~24% 대에서 머물고 있지만 은행이 콜자금에 손을 대면 콜금리가 다시 오르며 장기금리도 따라오르게 된다.

콜금리가 오르면 당장 종금사의 자금조달이 막히고 연쇄적으로 기업의 단기차입이 끊겨 갑작스런 부도사태가 닥칠 위험이 크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인위적인 금리인하보다는 회사채.CP를 사줄 기관에 자연스럽게 돈이 흘러들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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