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전국 CD 87장에 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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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도이체 그라모폰 (DG) 창립 1백주년을 맞아 베토벤이 남긴 음악 전곡이 CD 87장으로 출시됐다.91년 CD 180장으로 나온 모차르트 전집, 97년 CD 46장으로 선보인 브람스 전집에 이어 한 작곡가의 전곡음반으로는 세 번째. 베토벤이 남긴 작품 중에는 음악적 수준의 편차가 너무 심해 지금까지 연주는 커녕 녹음마저 되지 않은 곡도 많다.

그런 작품이 이번에 베토벤 전집을 통해서 세계초연 레코딩으로 빛을 보았다.

그중 정명훈 지휘의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녹음한 칸타타 '영광의 순간' 과 극음악 '슈테판 왕' ,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이끄는 베를린 도이체오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연주한 '요제프 2세 장례식 음악' 과 '레오폴트 2세 대관식 칸타타' 도 첫 녹음이다.

이 전집을 통해 처음 녹음된 칸타타 '영광의 순간' 은 1814년 '회의는 춤춘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빈회의에 참석했던 유럽 각국 정상들을 위해 빈 레도텐잘에서 연주되었던 '이벤트' 성 음악. 결과적으로 메테르니히의 독재를 승인해준 꼴이 되고 말았던 빈회의는 연일 술과 음악회로 흥청거렸다.

'애국적인' 분위기에 편승, 음악가로 출세하기 위해 권력과 타협했던 베토벤이지만 결국 그에게 돌아온 것은 음악가의 명성이 아니라 평생 후회스런 아픈 기억 뿐이었다.

베토벤의 전기작가 안톤 쉰들러에 따르면 베토벤은 이 곡을 후세 사람들이 잊어주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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