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 전 총리 '위기의 한국경제 원인과 대책'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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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남덕우 (南悳祐) 전 국무총리는 11일 "재벌개혁 작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시장경제원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고 말했다.

南 전총리는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막된 제21회 한국경총 주최 전국최고경영자연찬회에서 '위기의 한국경제 그 원인과 대책' 이란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오는 13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행사에는 박홍 (朴弘) 서강대 명예총장.진념 (陳稔) 기아그룹회장.박승 (朴昇) 중앙대교수.세실리오 가르사 주한 멕시코대사 등이 참석하고 있다.

다음은 연설 요지.

▶재벌개혁에 있어서의 유의점 = 재벌의 반성촉구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일은 금융과 기업의 근본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개혁프로그램을 제시하는 한편 시행에 필요한 정부 지원대책을 명시하는 것이다.

한 예로 현존 상호지급보증의 처리, 연결재무제표 작성과 외부감사의 요령, 기업 통합과 정리에 따르는 세무.법적 문제 등에 관해 명확한 지침을 줘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벌뿐 아니라 모든 기업의 구조조정에 관련되는 법적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시효소멸' 과 같은 특별조치를 취해 기업들이 심기일전 재출발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할지 모른다.

▶금융과 재벌개혁 = 재벌 개혁은 금융이 자주성을 회복하고 엄정한 금융감독 기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반면에 일단 금융정상화가 이뤄진다면 별다른 조치가 없어도 재벌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상호지급보증을 법적으로 금지한 이상 재벌이 부실기업을 무작정 끌고 갈 수도 없을 것이다.

은행들은 기업의 연결재무제표를 보고 통합 자본 - 부채비율이 너무 낮으면 기업정리를 요구하거나 대출을 중단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재벌그룹의 문어발식 경영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

재벌기업 안에는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와 경영진을 대표하는 임원회가 확연히 구분되고 그 법적책임을 명확히 할 것이다.

최근 정부가 도입한 부도유예나 상법상의 화의 (和議) 같은 미봉책은 사라져야 한다.

▶금융개혁 = 금융의 자주성과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금융감독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말 국회에서 통과된 19개의 법률개정안을 보면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외환과 환율 관리, 종금사.신탁업무의 감독이 여전히 재정경제원 소관으로 남아있고 제2금융권의 소유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국제통화기금 (IMF) 개혁방식 때문에 이 나라의 건전기업이 대량 도산한다면 그것은 IMF와 정부의 책임이다.

이와 관련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차관 활용을 고려해 볼 만 하다.

정리 =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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