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가 정국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정환율제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마리에 무하마드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11일 “루피아화의 환율을 달러화에 고정하는 고정환율제의 일종인 통화위원회제도를 곧 시행할 것” 이라며 “시행시기와 세부사항은 곧 발표하겠다” 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재무관료들은 이와 관련해 “이 제도가 시행되면 루피아화 가치가 달러당 5천5백루피아 수준으로 안정될 것” 이라고 말해 정부가 루피아화를 달러당 5천~6천루피아 수준에서 고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루피아화가 이 환율로 고정될 경우 현재 달러당 9천~1만루피아 수준에서 맴돌고 있는 루피아화의 가치는 50% 가량 인위적으로 절상된다.
이를 반영해 고정환율제 도입이 전해진 이날 루피아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7천5백루피아선까지 하루만에 약 28%나 폭등했다.
◇ 배경 = 인도네시아 정부가 고정환율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약 80%나 떨어진 루피아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고정함으로써 민간기업들의 외채상환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고 외채 지불유예 (모라토리엄) 선언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또 이 조치는 최근 폭등하는 수입물가를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극약처방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동사태에 물가폭등에 불만을 품은 계층이 대거 참여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물가를 잡아야 할 상황이다.
◇ 전망 =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의 고정환율제 도입에 대해 회의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홍콩.아르헨티나.불가리아 등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경제상황으로 볼 때 이 제도의 도입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정치안정이 요구되는데, 현재 인도네시아는 외환보유액이 1백90억달러에 불과하며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각종 시위가 잇따르는 등 정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김형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