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건설 업체 아파트, 저당 안잡힌 대지면 일단 안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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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요즘 건설업체로부터 아파트나 오피스텔.상가등을 분양받은 입주예정자들 가운데 잠 못이루는 사람이 많다.

건실한 업체로 알려진 청구마저 최근 법원 화의신청을 통해 갱생의 길로 나서는등 주택건설업체들의 도산사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트와 단지내 상가의 경우 의무적으로 주택사업공제조합의 주택분양 보증을 받도록 돼 있어 설령 사업주체가 도산하더라도 공제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완료시켜 주던가 그게 여의치 않으면 그동안 납부한 분양대금을 모두 내주게 돼 있다.

문제는 사업체가 분양후 주택부지를 은행에 저당잡히고 돈을 빼 쓴 경우. 이럴 경우 소유권 이전이 쉽지 않고 잘못하면 어렵사리 마련한 집이 채권자인 은행으로 넘어가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오피스텔도 문제다.

분양보증업체를 세우지 않고도 얼마든지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사업주체가 문을 닫게 되면 일이 복잡해진다.

그렇지만 요즘 분양되는 오피스텔은 대기업이 직접 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고 설령 무명업체가 사업주체라 하더라도 현대.삼성.대우등 신용있는 업체를 시공사로 내세워 일을 추진하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사업주체나 시공업체가 한꺼번에 부도가 나면 입주지연등 피해가 크다.

현재 법정관리를 받고 있거나 법정관리 또는 화의 신청에 들어간 업체들의 현장은 어떤가.

◇ 우성건설 = 공사진행이 순조로운 편이다.

부도 초기엔 공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그동안 지연된 공기를 정상적인 상태로 만들어 놓아 입주가 늦어지는 현장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IMF 관리체제이후 금융기관의 금리인상으로 중도금이 제대로 안들어 오고 있으며 준공 아파트도 회사 정리계획안 미확정으로 은행의 저당권이 풀어지지 않아 가사용 승인을 받아 입주하는 실정이다.

우성은 현재 21개 현장에 총1만5천4백여가구의 아파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 건영 = 부도이후 수익성이 낮은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다른 업체에 많이 넘겨 자금수요가 크지 않다.

그러나 공기차질로 현재 시공중인 서울 동부이촌동 재건축등 전국 7개 현장 5천여가구분의 아파트는 입주가 3~6개월 지연될 가능성이 많다고 회사측은 전망한다.

경기도 수원 영통.용인 죽전.남양주 덕소등 분양성이 뛰어난 신규 사업이 주택사업공제조합의 분양보증 거부로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 한보건설 = 자금이 잘 도는 관급공사가 많아 자금난은 심하지 않다.

준공단계에 있는 경북 김천 부곡아파트, 서울 노량진 재건축 아파트등은 올해 상반기중 분양할 계획이다.

◇ 한라건설 = 인천국제공항.서해안고속도로등 공사대금 결제가 보장되는 관급공사와 자금이 잘도는 경기도 파주시 죽원리등 1천2백여가구분의 아파트 현장만 공사를 진행중이다.

신영건업이 발주한 분당 시그마Ⅱ오피스텔 공사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 한신공영 = 지난해 모든 아파트사업을 토지공사 자회사인 한국토지신탁에 맡겨 입주지연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신탁이 신탁방식으로 공사를 추진하는 아파트사업은 13개 현장에 총7천6백여가구 규모다.

◇ 진로건설 = 한신과 마찬가지로 한국토지신탁이 사업을 위탁받아 추진중이다.

물론 일부 사업지연은 불가피하지만 입주예정자들로선 도리어 잘 된 케이스. 토지신탁이 관리하고 있는 아파트는 수원 정자동등 5개 지구에 2천3백여가구.

◇ 청구 = 법원에 화의를 신청한 관계로 69개 현장 대부분이 공사가 중단된 상태. 마감공사를 제외한 공정은 겨울철이라 어차피 공사를 할 수 없어 공기지연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제3자 인수 또는 파산의 길을 걷게 되면 입주가 더 늦어질 수 있다.

회사 자산등을 감안할때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이란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 ㈜삼익 = 시흥 재건축아파트 7백86가구등 7개 현장에서 3천1백가구를 건립중이다.

부도후 3개월간만 공사가 중단됐을 뿐 이후엔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지난해 8.9월 입주예정이었던 경기도 이천시 신하리, 수원4차아파트도 입주지연없이 예정대로 마무리지었다.

다만 최근의 자금난으로 공사추진에 어려움이 있어 평균 4~5개월정도 입주 지연이 불가피하다.

최영진·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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