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화장품·한약재·껌 제조업체 300여 곳도 석면 오염물질 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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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석면에 오염된 탈크(활석)가 베이비파우더뿐 아니라 약품·화장품·껌·의료용 장갑 등 300여 개 업체에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덕산약품공업이라는 수입회사에서 원료를 공급받았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300여 개 업체의 대다수는 알약을 찍어낼 때 기계에 들러붙지 않게 할 목적으로 탈크를 사용한 제약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소 화장품 업체와 대형 업체에 화장품을 공급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한약재 업체, 껌 제조업체 등이 포함됐다.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과 유무영 과장은 “탈크의 유통경로가 복잡해 도매상을 통해 판매된 원료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며 “일부 원료에서만 석면이 검출된 수성약품의 탈크를 사용한 데까지 합치면 관련 업체는 더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청은 이 원료를 사용해 만든 완제품 중 일부에 대한 석면 오염도 검사 중이다.

식약청은 2일 화장품·약품·식품 등의 원료에서 석면이 검출되면 안 된다는 기준을 정했다. 식약청은 6일 문제가 된 탈크를 사용한 업체에 대한 확인이 끝나는 대로 판매금지나 자진회수 명령 등의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화장품이다. 화장품 중 일부는 탈크 함유량이 30~50%에 이른다. 또 호흡기와 가까운 얼굴에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다. 가루형의 파우더가 탈크를 가장 많이 쓰며 고형으로 만든 콤팩트나 아이섀도에도 탈크가 소량 사용된다. 화장품업계는 석면이 함유된 원료를 쓴 업체가 있는지 자체 조사 중이다.

하지만 대한화장품협회의 안정림 부회장은 “100여 개 회원사들이 탈크 사용 여부를 보고해 왔는데 한 군데도 사용한 데가 없었다”며 “이 회사들이 화장품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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