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령왕릉 "훼손 심각" 영구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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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표적인 백제유적인 충남공주시 송산리고분 (사적13호) 가운데 무령왕릉과 5, 6호분 (왕릉) 이 영구폐쇄된다.

문화재관리국은 10일 "무령왕릉을 비롯한 송산리고분군 (群) 의 원형을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주기 위해 현재 진행중인 무령왕릉 보수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이 능을 포함, 인근 5, 6호분 (墳) 을 영구폐쇄키로 했다" 고 밝혔다.

문화재관리국은 공주시와 함께 4억4천만원을 들여 지난 7월15일 이들 고분의 누수방지.이끼제거작업등 보수작업에 착수, 일반인들의 출입을 전면 금지시키고 있다.

문화재관리국은 내년 6월 보수공사가 끝나면 입구를 폐쇄해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며 다만 학술조사 목적의 공개만 허용키로 했다.

문화재관리국은 또 공주시와 함께 5억7천여만원을 들여 내년부터 2000년까지 고분군 경내 지하에 원형과 똑같은 크기와 구조의 모형을 별도로 만들어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문화재관리국 관계자는 "축조된지 1천4백여년이나 된 무령왕릉과 5, 6호분이 일제시대및 지난 71년 발굴된 뒤 25년간 공개되면서 이끼등 미생물이 서식하고 빗물이 스며드는등 원형보존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돼 이같은 조치를 하게 됐다" 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화재관리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 金東賢)가 공주대 기초과학연구소에 의뢰,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이들 3개 고분을 대상으로 정밀조사를 한 결과 내부 벽체가 기우는등 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누수와 배수불량에 따른 지반약화및 발굴조사후 봉분 (封墳) 조성으로 인한 하중증가등으로 인해 깨진 벽돌이 72년에 비해 최고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왕릉 동쪽 벽체의 경우 높이 1m 기준으로 우기엔 2.95㎜, 건기엔 1.52㎜ 가량 각각 현실 (玄室) 안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충남대 박순발 (朴淳發.고고학) 교수는 "그동안의 공개로 인해 고분이 훼손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영구보존을 위해 때늦은 감은 있지만 비공개 방침을 정한 것은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무령왕릉은 지난 71년 7월 일제때 발굴된 6호분의 북쪽벽 누수방지를 위한 공사중 발견돼 한국고고미술 사상 최대의 발굴로 평가돼 왔다.

발굴단장으로 무령왕릉 발굴을 현장지휘했던 고 (故) 김원룡 (金元龍) 박사는 지난 86년 펴낸 자신의 수상집 '하루하루의 만남' 중 '고고학자의 여한' 편에서 "여론에 밀려 이틀만에 무령왕릉을 발굴한 것은 내 생애 최대의 수치" 라고 회한을 밝힌바 있다.

공주 = 최준호 기자

[무령왕릉 일지]

▶71년 7월7일 : 6호분 보수공사중 발견

▶76년 2월 : 현실복구.봉분설치, 복구작업후 일반공개

▶79년~84년 12월 : 모형관 공사후 완공

▶89년 : 현실벽에 습기, 현실 앞면 차단 유리벽 이슬맺힘 현상, 벽면에 곰팡이, 벽돌 일부 갈라지는 현상 발견

▶96년 5월~97년 4월 : 정밀 재조사

▶97년 11월10일 : 영구폐쇄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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