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주가폭락 기업마다 초비상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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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증시불안.환율급등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로 기업마다 비상이다.

자금조달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되고, 불확실한 전망 때문에 많은 기업이 아직 내년 경영계획 수립 착수조차 못하거나 이미 세웠던 계획 수정에 애를 먹고있다.

수출은 환율폭등으로 늘고는 있지만 단가를 깎아달라는 바이어들의 요구와 비용 증가로 속빈 강정도 적지않다.

기업의 재무.자금 담당자들은 "대책 마련이 쉽지 않기도 하지만 도무지 예측을 할수 없고 심리적 불안감이 팽배한게 더 큰 문제" 라고 하소연한다.

기아사태 여파등으로 안그래도 어려운 판에 금융위기까지 겹쳐 기업 경영여건이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심리적 안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순우 (權純旴) 수석연구원은 "기업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내년 투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이라며 "내수경기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의 천일영 (千日英) 연구위원은 "요즘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다운사이징등을 통해 내실을 다져야 할것" 이라고 말했다.

▶자금조달 어려움 = 대기업들은 증시폭락으로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나마 자금을 조달한다 해도 비용이 비싸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최근 주식거래를 사실상 중단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식 평가손을 끌고 가는 한이 있더라도 6백선이 회복되기 전에는 팔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모그룹 관계자는 "해외자금 차입등 자금조달이 거의 막혀 예정된 투자중 상당부분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경영계획 수립 혼선 = 환율등 기준 수치가 요동치고 있어 경영계획 짜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은 다음주초 새로운 환율 예상치를 계열사에 내려보내 경영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내년 경영계획 기준환율을 달러당 9백10원으로 정했으나 최근 환율폭등에 따라 이를 수정할 것을 검토중이다.

▶수출은 속빈강정 = 안산의 전자부품업체 I사는 환율이 오른만큼 수출가격을 깎아달라는 바이어들의 요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3월 개당 13달러에 스위치를 수출키로 계약했으나 최근 단가를 개당 11달러로 낮춰 2만달러 어치를 미국에 수출했다.

기계류등은 동남아 수요업체들이 주문.상담을 않고 관망세로 돌아서는 바람에 주문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가전제품등의 수출은 상당부분 늘고 채산성도 다소 개선됐다.

▶눈덩이 환차손 = 대한항공은 올해 환차손 규모가 지난해의 1천1백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1천5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아남그룹은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외화부채 상환에 사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영렬·이원호·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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