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자가진단 포인트] 알콜남용,성기능장애 제1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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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내가 샤워하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고 고백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고개숙인 남성' 들. 3년전부터 점차 잠자리가 부실해진 K씨 (43) .처음에는 거듭되는 격무와 스트레스 때문이려니 위안도 했지만 한달전부터는 아예 '남성의 기능' 이 작동을 하지 않자 심한 좌절감에 빠졌다.

병원을 찾은 그는 우선 발기부전보다 습관성 음주벽을 고쳐야한다는 의사의 충고를 들어야 했다.

알콜성 기능장애로 진단된 것. 영동세브란스 비뇨기과 최형기 (崔馨基) 교수는 "가끔씩 즐기는 술은 심신을 이완하고 혈액순환을 돕지만 상습적인 알콜 남용은 성기능에 결정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고 말한다.

알콜이 고환의 기능을 저하시켜 마치 갱년기 이후 남성에게서 나타나는 호르몬 분비 저하현상을 야기한다는 것. 특히 술은 내분비장애 외에도 말초신경염이나 만성간염.우울증 등을 일으켜 '남성기능' 의 공적1호로 꼽힌다.

성기능장애 환자는 남성의 5~10%에 이르지만 대부분 감춰지고 있는 것이 현실. 발기부전의 일반적인 기준은 6개월이상 장애가 계속되고, 행위시 2회에 한번꼴로 삽입이 어려울 때를 말한다.

남성을 성적으로 촉발하는 것은 뇌간에 있는 성신경중추. 대뇌피질이 시각과 촉각등을 통해 입력된 성적 대상을 성신경중추에 전달하면 비로서 '램프' 에 불이 당겨지는 것이다.

남성호르몬은 성중추에 작용하는 일종의 점화물질. 이어 성 (性) 정보는 척추를 따라 골반에 이르고 이곳에 있는 부교감신경이 자극되면서 음경내 동맥혈관이 확장된다.

발기란 음경 해면체에 혈액이 가득 찬 현상. 정남성병원 정양수 (鄭良洙) 원장은 "따라서 발기부전은 이러한 흥분의 과정중 어느 일부만 고장이 나도 불가능해진다" 고 말한다.

신경회로가 차단되는 척수손상이나 말초신경염, 혈관장애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고혈압.남성호르몬 저하를 유발하는 약물, 뇌하수체 종양등이 모두 해당된다는 것. 그러나 무엇보다 심인성에 의한 기능장애가 절반정도 차지한다는 점에서 성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이나 두려움.의무감과 같은 심적부담을 줄이고, 부부가 정신적인 애정과 화합으로 슬기롭게 대처할 것을 전문의들은 권하고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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