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호지명 같은 지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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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러 후보들이 나서고 있다.

시장도, 도지사도 그만두고 대선에 나서는 것을 보면 그 자리가 과연 좋긴 좋은 자리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있던 자리 잘 마무리하고 다음에 나서도 될 것같은데 굳이 지금 나서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 저러다가 깡통 차게 되는 것이나 아닐까 염려스러운 생각이 든다.

이래저래 여러 사람들이 나서고는 있지만 막상 표를 찍어야 할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찍을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걱정들을 하고 있다.

나는 다음 대통령으로는 호치민 (胡志明) 같은 지도자가 뽑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내가 호치민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가 평생 다산 (茶山) 정약용 (丁若鏞) 의 '목민심서 (牧民心書)' 를 정독했다는 말을 듣고나서부터다.

그는 비록 공산주의자였지만 여느 공산주의자들과는 달랐다.

그는 평생에 정적을 숙청한 적도 없었고 자신을 우상화한 적도 없었다.

그는 국민들로부터 '호 (胡) 아저씨' 로 불리면서 일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그가 죽을 때는 입은 옷 한 벌만 남겼다.

메뚜기같은 베트민 (越盟) 이 코끼리같은 미국을 물리칠 수 있었던 힘은 지도자 호치민의 인격과 지도력이었다.

심지어 남.북 베트남이 적으로 싸우는 중에서도 호치민의 생일이 되면 남쪽 국민들도 가게문을 닫고 북쪽 지도자 호치민의 생일을 기릴 만큼 그는 전 국민의 존경을 받았었다.

백성을 굶기면서 궁전을 짓는 이 땅 북쪽의 지도자에 비하면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였다.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3꿍정신'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겨레를 위해 헌신했던 평생 이 정신을 지켰고, 그의 후계자들도 이 정신을 지도력의 원칙으로 삼아가고 있다.

첫째는 함께 산다 (꿍아) , 둘째는 함께 먹는다 (꿍안) , 셋째는 함께 일한다 (꿍담) 는 세가지 정신이다.

지도자가 백성들과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하는 공동체 정신을 몸으로 실천할 때 온 국민의 역량은 통합되는 것이요, 난국을 헤쳐나갈 길이 열리게 된다.

호치민은 그렇게 살았다.

그는 국민들과는 다른 특권을 누리지 않았고 국민들과 동고동락함으로써 국가 통일을 이루는 에너지의 원천으로 삼았다.

그가 시대와 사상을 초월해 존경받을 수 있는 것은 세가지 원인에서다.

첫째는 여하한 경우에도 청렴결백했던 그의 삶으로 인해서다.

둘째는 그가 젊은이들의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 앞날에 대비했던 점에서다.

셋째는 그가 힘없는 백성들과 함께 하고 소외된 계층을 항상 품어주었던 점에서다.

첫째, 그가 깨끗했던 것으로 말하자면 그가 세상을 뜨는 순간 그에게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그는 국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자신의 장례식을 화장으로 하라고까지 했다.

둘째, 그가 인재들을 기른 것으로는 생전에 능력별로 젊은이들을 선발해 통일시대에 필요한 인재들로 길렀다.

그는 유망한 젊은이들을 선발해 유학을 시키며 그들에게 다짐했다.

나라가 반드시 통일될 것이니 통일조국에 봉사할 실력을 갖추라고. 그리고 전선에서 싸우는 젊은이들에게 주문했다.

싸움에 이겨야 외국에 나가 실력을 쌓고 있는 동지들이 앞으로 일류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도 특혜시비가 없었고 반감이 없었다.

유학중인 젊은이들이나 전투중인 젊은이들이나 한결같이 그를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언제나 소외된 계층을 돌아보는 자세가 철저했기에 미국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국민적 역량을 모아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호치민 루트' 란 것이 있었다.

북에서 남으로 보급품을 나르는 통로다.

그를 신뢰했던 소수민족들이 산악지방을 통과하는 이 통로를 지켜주었기에 호치민 루트는 유지될 수 있었다.

오늘 한국에 이런 지도자가 뽑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지도자를 중심으로 온 국민이 힘을 모아 통일한국.선진한국을 이뤄나갈 수 있을 터인데….

김진홍 목사,두레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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