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파 때문에 … K-리그의 봄은 어디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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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제위기로 K-리그에도 찬바람이 쌩쌩 분다.

지난 시즌 수원 삼성이 K-리그 챔피언에 등극하자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는 “마침내 네 번째 별을 가슴에 달게 됐다”고 기뻐했다. 축구는 정규리그에 우승했을 때 별을 엠블럼에 추가하는 관행이 있다. 최다 우승팀 성남은 별 7개를 새겨놓았다. 별은 구단과 팬의 자긍심 그 자체다.

그러나 수원은 그 전까지 달았던 별 3개마저 떼낸 새로운 엠블럼을 제작하기로 했다. 우승할 때마다 별을 추가할 경우 트레이닝복 등 각종 의류, 공문서 양식, 구단 깃발, 구단 홍보책자 등을 모두 교체해야 하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개막이 코앞인데 타이틀스폰서도 못 구해=7일 K-리그가 개막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은 여전히 2009 시즌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축구와 야구를 후원했던 삼성전자가 더 이상 후원이 힘들다고 선언하자 새로 맡을 기업이 없다.

각 구단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FC 서울은 지난해 말 2009년도 예산안을 ‘현상 유지’로 짰다가 모기업인 GS로부터 혼쭐이 났다. 20%가량 삭감된 예산안을 다시 올렸지만 또다시 반려됐다. 서울 관계자는 “모기업의 지원이 줄어든 것도 걱정이지만 A보드 광고 등 그동안 구단이 자체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벌어들인 각종 수익도 기대치를 훨씬 밑돌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선수단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선수를 3명까지 보유할 수 있었다. 올해는 아시아 선수에 한해 한 명 더 추가 영입할 수 있게 돼 정원은 39명에서 56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실제 뽑은 선수는 37명에서 31명으로 되레 줄었다. SK와 현대 자동차를 각각 모기업으로 삼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는 중국 마케팅을 위해 중국 대표팀 출신 수비수 지밍이와 공격수 가오린의 영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긴축 경영을 통한 생존’이라는 벽 앞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포항은 고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4개 구장 가운데 2개를 모기업에 반려하기로 했다.

◆구단마다 비상경영 체제로=각 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프로연맹 이사회는 아예 비상 경영체제를 선언했다. 연승을 거둘 경우 200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던 승리수당 제도는 완전 폐지했다. 또 경기에 출전할 선수 25명을 매달 갱신 등록하는 예비 엔트리 제도를 신설키로 했다. 한때 50명에 육박했던 선수단 숫자를 구단마다 37명 안팎으로 자율적으로 줄였지만 앞으로는 25명 선으로 규모를 축소해 나가자는 취지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안정환(전 부산)과 김은중(전 서울)은 구단이 제시한 연봉을 박차고 나갔지만 끝내 새로운 구단을 찾지 못했다. 둘은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와 중국 프로축구 진출 등을 타진하고 있지만 기존 구단에서 제시한 연봉보다 많이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축구계의 관측이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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