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강철·송진우 '아홉수'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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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아홉수의 심술인가.

동국대 선.후배 사이인 투수 이강철 (해태) 과 송진우 (한화)가 기념비적인 기록 달성을 앞두고 나란히 승리를 놓쳐 안타깝다.

후배인 언더핸드투수 이강철은 5일 현재 프로야구 최초인 9년 연속 10승에 1승만 남겨둔 9승을 기록하고 있고 송진우는 왼손투수론 첫 1백승 돌파를 눈앞에 둔 99승째를 기록중이다.

둘다 아홉수에서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강철이 시즌 9승째를 올린 것은 8월16일 한화전. 이후 세번 더 등판했으나 1승을 추가하는데 실패했다.

지난 2일 롯데전에선 7회 1사까지 1실점으로 버틴 뒤 2 - 1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믿었던 구원투수 임창용이 동점을 허용한 뒤 자신이 승리를 챙겨 기록 수립에 실패했다.

송진우도 마찬가지. 8월30일 현대전에서 1승을 추가, 통산 99승째를 기록한 송은 4일 쌍방울전에서 모처럼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눈부신 피칭을 했다.

그러나 투수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경기에 지지 않도록 하는 일. 승리를 만들어 줘야 할 타자들이 역시 무득점에 그치는 바람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7안타 2실점의 아쉬운 완투패. 올시즌 세번째 완투패이기도 했다.

특히 이날 0 - 0으로 맞선 7회초 공격에선 동료들이 1사 1, 2루 기회를 만들어내 1백승 돌파의 기회를 잡았으나 2루주자가 견제구에 걸려 아웃되는 바람에 무위에 그쳤다.

송진우를 더욱 아쉽게 한 것은 2루주자가 아웃되자마자 곧바로 안타가 터져 나온 것. 결국 송진우는 7회말 3루타를 얻어 맞은 뒤 어이없는 패스트볼로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다.

92년 치열한 다승왕 경쟁을 벌이기도 했던 송진우와 이강철. 송진우는 국내 최고 좌완투수로, 이강철은 잠수함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최근의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래서 호투하고도 승리를 얻지 못한 경기가 더욱 아깝기만 하다.

과연 누가 먼저 아홉수를 깨고 기록 수립의 축하를 받을지 관심이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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