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있는요리]서울 송파구 장선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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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업주부' 란 단어 앞에도 '프로' 란 말을 붙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세상. 요즘엔 살림하는 방법에도 주부들 나름대로 색깔이 뚜렷하다.

장선희 (張善姬.31.서울송파구우면동동양고속아파트) 씨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작은 가족인형 장식품들. 아이들과 함께 찰흙으로 직접 빚었다는 설명을 듣고나면 집이라는 게 단순한 생활의 보금자리 차원을 떠나 주부의 개성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실감이 난다.

"대학 때 섬유공예를 전공했는데 결혼후 대학원까지 마쳤어요. 아이를 낳고부터는 작품활동을 전혀 못하고 있죠. 하지만 살림에도 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더라구요. "

예를 들어 민아 (6) 와 형준 (3) 남매의 생일날엔 미적감각을 한껏 발휘해 풍선등을 이용한 파티장식을 해주었다.

꼬마손님들은 물론 잠시 들른 어른들까지도 칭찬을 아끼지 않아 아예 '파티장식전문가' 로 나설까도 고려할 정도란다.

하지만 張씨를 '프로주부' 로 자리매김 해주는 것은 남은 음식 하나도 버리지 않는 그의 알뜰함. 그것은 아이들이 밥도 잘 먹지 않고 야채도 가리는 것이 많아 영양가를 고루 섭취시킬 수 있는 궁리에서부터 시작됐다.

매끼 다양한 재료를 살 수도 없고해서 음식 자투리를 이용해보았더니 양이나 질면에서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다.

지난 여름엔 아이스케이크 만드는 틀만 하나 구입해두고 김빠진 콜라나 환타, 조금씩 남긴 딸기우유나 초콜릿우유등을 부어 얼려 주는 것으로 한철을 보냈다.

맛도 매번 다를 뿐 아니라 엄마가 만들어준 아이스크림이라며 아이들도 좋아하더라고. 남은 음식을 이용해 여러 모로 실험한 새로운 음식을 냉동실에 넣어 두는 습관 덕분에 평소에도 반찬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를테면 샤브샤브용으로 사서 먹고 남은 쇠고기는 너무 얇아서 자칫 다른 음식과 사용해도 지저분해지기 쉽다. 이때 갈비양념을 해서 잘 주물러 떡갈비처럼 뭉쳐지면 먹기좋은 크기로 나누어 납작하게 눌러 냉동실에 두었다가 구워내면 한끼 반찬으로는 그만이다.

"모든게 스스로 좋아서 하니까 항상 즐거워요. "

거실 한쪽 벽에 걸린 대학원 졸업작품을 보면서도 張씨에게선 전공이야기가 아닌 '전업주부' 예찬론이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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