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홀로 외출 못하는 노인·장애인 100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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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사는 안소열(58)씨는 최근 1박2일 일정으로 속초 나들이를 다녀왔다. 8년 만의 '화려한 외출'이었다. 안씨는 "세상이 참 많이 변했더라. 바다가 정말 좋았다"고 말한다.

안씨는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제외하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목 아래 신체의 대부분이 마비된 중증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1980년 등산하다 추락해 목을 다쳐 경추장애인이 됐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도는 것 외에는 하루종일 꼼짝없이 누워 지내야 한다. 재활치료를 제대로 못 받아 11년째 누워 살고 있다.

인근 경찰병원에 갈 때도 서울시가 운영하는 장애인용 콜택시를 이용하지만 올 때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래서 119를 부르기도 한다.

이번에는 장애인단체의 도움으로 세상 구경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안씨는 "공원에도 가고 싶고, 연극 보러 대학로에도 가고 싶다. 드라이브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우리 주변에는 안씨 같은 사람이 너무 많다. 아름다운 동행을 기다리며 외출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전국의 1, 2급 중증 장애인은 43만2499명. 복지부 박경호 장애인정책과장은 "이들 1, 2급 장애인 대부분은 옆에서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거동에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정부에 등록된 법정 장애인 149만1616명의 29% 정도를 차지한다.

이들 외에 3~6급 장애인 중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많다. 법정 장애인이 아닌 사람 중에서도 혼자 움직이기 불편한 사람이 꽤 있다. 희귀.난치병 환자 등이 이에 속한다.

중풍 등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노인의 14.8%인 58만7000여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중 5만명가량은 먹고 자는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한다. 노인시설이 아니라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가정봉사원의 가사 지원이나 수발 서비스를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인은 복지관.병원에 가거나 외출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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