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제일은행,자구계획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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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금융당국과 제일은행이 특융의 전제조건인 자구계획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더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요구하는 반면 제일은행은 "더이상은 어렵다" 는 입장이어서 특융의 실현여부를 점치기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17일 "한은 특융은 특혜지원인만큼 제일은행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자구노력을 기울여야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일은행이 본점건물을 포함한 자산 매각은 물론 자산재평가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등의 자구책도 검토해야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에앞서 지난8일 1천1백명 감원과 업무용부동산등 자산 매각을 통해오는 99년까지 모두 5천1백25억원의 자구실적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던 제일은행은 정부의 이같은 요구에 난감해 하고 있다.

특히 본점건물 매각은 은행 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을 가져올 수 있고, 실익도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류시열 (柳時烈) 제일은행장은 "본점까지 파는 은행에 돈을 맡길 고객이 어디있겠느냐" 면서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 (BOA)가 자구책으로 사옥을 팔았다지만 양국 국민 정서가 다른 만큼 본보기가 되기 어렵다" 고 말했다.

또 본점을 팔더라도 어차피 다른 건물에 세를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남는게 별로 없다는 설명이다.

자산재평가도 장부상 자기자본비율 (BIS) 은 나아지겠지만 실제로 돈이 생기는 것은 아니어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이미 발표한 자구계획 이외에 본점 건물 2~3개층 추가 임대등 '성의 표시'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마땅한 카드가 없어 고민이다.

감원 문제와 관련, 柳행장은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까지 인원을 줄여나갈 것" 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영업에 필요한 최소 인원까지 줄일수는 없는 일 아니냐" 고 말했다.

고현곤.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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