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상혼에 물든 미용성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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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 하는 현상은 의료계에서도 통용되는 것일까. 최근 의료계는 환자의 편의에 선 병원보다는 상혼으로 편법을 자행하는 병원이 번창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대부분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고액의 진료비를 받는 성형외과 분야는 더욱 심하다.

지난해 12월 YMCA 시민중계실은 8개 잡지에 불법광고를 게재한 성형외과 의사 1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 결과 1명 구속, 14명 불구속 기소라는 중징계가 내려졌지만 이같은 행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으로 규정돼 있는 진료내용과 과장된 치료효과를 버젓이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사무장의 환자몰이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무장의 역할은 병원의 사무만을 전담해야함에도 미용실, 의상실 등을 찾아다니며 환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환자를 유치하면 수술비의 20~30%를 소개료 형식으로 줘야한다" 고 고백한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른데 대해 성형외과 개업의들은 경쟁이 치열해 어쩔 수 없다는 투다.

현재 성형외과전문의 수는 7백여명. 여기에 진료과목을 성형외과로 표방한 일반의와 외과전문의등 타과 전문의들을 합하면 2천여명이 넘는다.

그래서 개업의들은 "성형의사의 3분의1이 임대료나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는데 지금도 매년 1백명의 전문의가 쏟아져 나온다" 며 볼멘 소리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들의 과잉 호객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성형외과의는 생명과 관계있는 질병을 다루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체나 얼굴의 미적 결함을 교정, 정신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사람에게 자신감을 찾아줌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 은 다른 분야의 의사들과 마찬가지다.

의료인의 윤리와 도덕적 잣대가 성형외과분야에도 엄격히 적용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웬만한 수술 한건당 4백~5백만원은 보통이고, 1천만원도 넘어가는 고액성형수술비는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여성의 마음을 짓누른다.

뿐이랴. 환자수가 줄어드는 만큼 경쟁은 심해지고 이는 의사들로 하여금 편법에 기웃거리게 한다.

더욱이 한 환자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수술법을 충분히 익히지도 않은채 마구잡이 시술에 나서는 의사들마저 있어 환자의 피해는 심각하다.

'의료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악하다' 고 폄하한 사회학자가 있었다.

치료효과를 과장하고 부작용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며 환자몰이에 앞장서는 의사들을 꼬집는 말이다.

자칫 빠질 수 있는 유혹의 함정을 건너뛸 수 있는 의료인일때 비로소 '돈만 아는 돌팔이' 와 구분될 수 있는 게 아닐까.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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