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대안제시형 논술 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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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각 대학의 논제를 살펴보면 일부 대학에서는 대안 제시형 논제를 출제한다.

'탈북자에 대한 재정 지원 정책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말아야 하는가' 를 물은 97학년도 서강대 논술고사의 공통 논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논술고사는 통합교과적 성격을 지니는 것이기 때문에 고교 전교과 과정을 포괄하는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문제가 출제된다.

따라서 대안 제시형 논제는 '향락.소비 문화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대책을 써라' 라는 식으로 출제되기 보다는 '쾌락은 좋은 것인가' 라는 식으로, '금권.타락 선거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써라' 라는 형식 보다는 '다수의 의견이 꼭 진리라고 할 수 있는가' 라는 식으로 출제된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학원이나 언론매체에서는 '남북통일 방안에 대해 써라' , '청소년 문제에 대한 대책에 대해 써라' 등의 모의 논술고사를 내놓고 있다.

물론 이런 유형이 대안 제시형 논술고사 준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논술고사의 기본 원리에 대한 이해없이 논제를 푸는 것은 수학의 원리도 모르고 문제부터 푸는 것과 같다.

논제가 정책 대안형일 경우 가장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쟁점을 찾아내 논쟁적으로 기술하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논제의 답안을 작성할 때 수험생들이 주의해야 할 것은 부차적인 정책 대안을 주저리 주저리 나열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첫째.둘째.세째 등의 방식으로 자질구레한 내용을 나열하는 것은 논지의 촛점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우기 한정된 짧은 분량으로 작성해야 하는 논술고사에서 이같은 답안은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지도 못하고 변죽만 울릴 가능성이 많다.

예를 들어, '환경문제 해결 방안을 써라' 라는 논제의 답안을 작성하면서 '어머니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누나는 샴푸를 적게 쓰고…' 라고 쓸 경우 결코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기술의 발전에 의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술주의' 의 관점, 사회구조적 모순에서 환경문제의 근원을 찾는 '환경론자' 의 관점, 자연관의 잘못에서 환경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 '생태론자' 의 관점이 있다.

이런 관점중 하나를 선택해 다른 관점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하면 훌륭한 논술이 될 수 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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