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性교육에 교사.학부모 손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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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회는 혼자 사는 곳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곳입니다.

더불어 사는 모듬살이에서는 교통.통행.공중 등 질서 지키기를 생활화해야 합니다.

" 복도에서 마구 뛰어다닌 서울 동답초등학교 5학년 2반 K군에게 담임 정수원 (鄭秀元.46) 교사가 준 '질서' 처방전의 문구다.

K군은 처방전에 자신의 행동과 몇번째 일어난 일인가를 적은 뒤 부모의 서명을 받아 제출해야 한다.

이 사례는 鄭교사가 지난 3년 동안 교육현장에서 실천하며 검증을 통해 개발한 "쪽글 처방전을 통한 두레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일부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말 서울시교육청 인성교육 실천사례 연구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최근 학교폭력 등 청소년문제에 대해 비판과 한탄의 목소리만 높지 실제 뾰족한 대책이 못 나오는 가운데 이 프로그램이 하나의 대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적재적시에 교사가 전문적인 처방을 준다는 점 외에도 학부모들과의 협력을 체계적으로 유도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鄭교사는 "집에서 '오냐오냐 주의' 로 자란 많은 아이들의 좋지 않은 버릇이나 행동을 교사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며 "교사와 학부모의 공동협력만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다" 고 말했다.

공동협력을 효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鄭교사는 초등학생의 기본생활및 학습태도에 관한 행동과제를 골라 처방전을 만들었다.

행동과제에는 자세불량.딴전.시종시간 안지키기.통행질서.놀림.의심.싸움.폭행 등 일탈행동, 무허가 발표.벙어리 발표.책임감.식사예절 등 민주적 생활양식, 바른 필체.공책 정리.수학 학력 등 기본학습 태도와 학업능력 등이 포함돼 있다.

아동들이 현저하게 규범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거나 다른 급우에게 피해를 줄 경우 교사는 2~3차례 경고한 뒤 '딱지' , '쪽글' 이라고 불리는 처방전을 지급한다.

남의 공책을 던진 학생에게는 '무례' 처방전을, 수업시간에 딴전을 피우면 '딴전' 처방전을 준다.

열마디 말이나 벌도 돌아서면 없던 일처럼 여기는 어린이들도 이 '처방전' 만은 두려워한다고 한다.

鄭교사는 "소리 높여 야단치거나 벌 줄 필요없이 '너, 딱지 받아야겠지?' 하며 처방전을 주면 효과가 커 교사의 지도 부담을 덜어 준다" 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 역시 부정적이지 않다.

1학기동안 정리.정돈에 관한 처방 등 4장의 처방전을 받았다는 5학년 2반 박모양은 "당연히 '딱지' 받는 것이 싫지요. 부모님께 보여 드려야 하니까요" 라며 "그렇지만 선생님께 야단맞거나 벌서는 것보다 나쁘지는 않다" 고 말했다.

가장 큰 환영은 학부모들 쪽이다.

학부모 이연숙 (40.여) 씨는 "아이가 적은 글을 통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알게 될 뿐 아니라 교사가 차별 대우를 한다는 식의 오해가 없어져 교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 고 말했다.

鄭교사는 행동 교정 처방만으로 어린이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역기능을 보상하고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칭찬.격려하는 '쪽글 상장' 도 도입했다.

청소.음악.춤 한가지만 잘해도 작은 쪽지에 '우리반의 별' 이라고 불러주는 스타 (소질) 상.효행상등을 수여하고 있다.

강양원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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